[김영재의 축구 칼럼] 사비 에르난데스, 돌아온 마에스트로

선수에서 감독으로, 팀을 다시 지휘하다.

21-22시즌인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3위, 리그 9위 등 팀 역사상 가장 안 좋은 출발을 한 상태이다.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에 발표된 메시의 재계약 실패와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하여 바르셀로나라는 명성의 맞지 않는 영입들, 여러 가지 이적 사가들이 겹치면서, 바르셀로나의 시작은 누가 봐도 순탄치 않으리라고 예상이 되었다.

 

 

시즌이 시작하고 나서, 쿠만의 바르셀로나는 크게 휘청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초반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의 역량이었다. 쿠만은 저번 시즌부터 바르셀로나 B팀에서 다수의 유스 선수들을 콜업하였는데, 페드리, 아라우호, 가비 등 이제는 1군, 내지는 스쿼드 자원이라고 볼 수 있는 유망한 선수들을 발굴했다. 이런 점은 평균 연령이 높던 바르셀로나였기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경기를 보다 보면 비어 있는 중원, 불안한 수비, 득점하지 못하는 공격진들과 같이 모든 지역에서 문제가 있었다. 저번 시즌에는 메시라는 선수가 있었기에 이런 것들이 다 보완이 되고,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메시가 없는 상황에서 이 문제들을 대처하는 방법은 감독의 세부 전술뿐이다. 하지만 쿠만에게는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리그 9위라는 성적과 엘 클라시코에서의 패배, 추가로 승격팀 라요 바예카노에 1:0 패배를 하면서 쿠만은 경질되고 만다.

 

쿠만의 경질 뉴스가 나온 이후, 여러 후임 감독 후보들이 바르셀로나와 연결이 되었다. 현재 벨기에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행 중인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아약스의 텐 하흐, 과거 바르셀로나를 이끌었던 루이스 엔리케 등이 있었으나, 여러 언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은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선수 시절을 보내고 은퇴 후, 알 사드 감독직을 수행 중인 사비 에르난데스이다. 실제로 사비가 합의했다는 기사를 다수의 유력한 기자들이 쓰면서 사비의 바르셀로나 행은 기정사실로 되었다.

 

 

그럼 사비 에르난데스가 바르셀로나로 돌아왔을 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지 나의 예상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일단 사비 에르난데스는 알 사드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7번의 타이틀을 이미 들어 올린 바가 있어서(참고: https://www.transfermarkt.com/xavi/profil/trainer/59876) 카타르 리그에서의 성과라는 게 걸리지만, 감독으로서의 위닝 멘탈리티는 충분히 가지고 있는 점이 전임 감독들보다 낫다고 보인다. 알 사드 감독직을 90경기 지휘하면서 따낸 평균 승점이 2.20점으로 아주 좋은 승률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참고:https://www.transfermarkt.com/xavi/stationen/trainer/59876/plus/1)

 

내가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사비 에르난데스가 바르셀로나라는 클럽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이다. 사비 에르난데스는 바르셀로나에서 총 8번의 라리가 우승과 4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참고:https://www.transfermarkt.com/xavi/erfolge/spieler/7607) 혹자는 쿠만 역시 바르셀로나의 레전드가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바르셀로나에서의 위상은 쿠만보다 사비가 더 높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의 현 핵심 자원들이 대부분 라 마시아 출신들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사비는 선수단에 엄청난 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빅리그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비 에르난데스가 추구하는 전술은 바르셀로나가 한때 어마어마한 영광을 누렸던 일명 '티키타카'일 것이다. 실제로 이 전술을 잘 구현해낸 경기들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사비가 지금까지 있었던 무대는 카타르 리그였다. 그래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전술을 훨씬 큰 스페인 무대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이다. 물론 카타르 리그라도 무패 우승을 이뤄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사비가 지휘한 알 사드라는 팀은 카타르 리그에서도 최강의 팀이기에 엄청난 업적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추가로 솔샤르, 램파드, 피를로 등과 같이 레전드 출신 감독들의 연이은 부진들을 봐서는 사비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독이 든 성배'이다. 평범한 감독이라면 좋지 않은 선수단을 가지고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사비 에르난데스는 평범한 감독들과는 다르다. 재능 있는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차근차근 감독과 팀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다. 당장의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사비만큼은 계속 믿고 갈 수 있는 믿음과 위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은 사비가 가장 적합한 감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비를 선수 시절에 매우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사비가 감독으로서도 잘 해내서 바르셀로나의 크루이프, 과르디올라를 이은 레전드 출신 선수, 감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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