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령의 환경 칼럼] 좋아하는 마음이 만든 쓰레기

덕질생활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앨범깡하는데만 nn만원 질렀다”, “드볼 성공했다” 등 앨범을 사서 포토 카드를 모으는 행위는 케이팝 팬들 사이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혔다. 각 앨범당 랜덤으로 포토 카드가 들어가 있고, 이를 얻기 위해 팬들은 앨범을 계속 사게 된다. ‘앨범깡’은 최애(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포토 카드를 뽑기 위해 앨범을 여러 장 계속해서 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드볼’은 드래곤볼의 약자로, 7 성구를 다 모으게 되면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볼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포토 카드를 다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게 된다. 

 

 

앨범은 pvc, 종이, 플라스틱 코팅, UV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¹ 이를 하나하나 분리해서 버리는 일이란 참 쉽지 않다. 또한 감히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조각조각내서 버릴 수 있을까. 결국 사람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앨범들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그대로 쓰레기장에 버리게 된다. 이러한 앨범은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반복적인 스트리밍도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스트리밍이란 특정 가수의 순위를 높여주기 위해 정해진 방식으로 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틀어놓는 행위이다. 음원 차트가 인지도를 높이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이가 개편되고 나서 순위권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팬들이 계속해서 스트리밍해야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1MB당 3.6g, 동영상 시청은 10분당 1g으로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한다.2 대부분 사람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팬들은 이러한 스트리밍을 하루 24시간 매일매일 돌리니 당연히 많은 탄소가 배출할 수밖에 없다. 음원 사이트가 각 사이트의 차트를 개편해 스트리밍이라는 문화를 없애거나 음원 사이트가 석탄 에너지가 아닌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고자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kpop 4 planet이다. kpop 4 planet은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라는 모토 아래 활동하고, 그들은 뮤직비디오 촬영지에 석탄 발전소가 세워지는 것을 막는 캠페인, 각 엔터사에 앨범 형태를 바꾸길 촉구하는 캠페인 등 다양한 캠페인과 서명활동 등을 해왔다. 현재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며, 2만 명을 목표로 한다. 또한 아까 얘기한 스트리밍에 관해서 '멜론은 탄소 맛' 이라는 캠페인도 진행했는데, 이는 음원 사이트들이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길 촉구하는 캠페인이다.3

 

나도 앨범을 사는데 많은 돈을 들였고, 현재 많은 앨범이 집에 쌓여있다. 하지만 이 많은 앨범에는 관심이 없고, 그 안에 있는 작은 포토 카드만 소중히 여긴다. 또한 팬 사인회 등을 가려면 앨범을 몇십, 몇백 단위로 사야 하는데, 이에 따라 생기는 많은 앨범 쓰레기는 어떻게 버리나 궁금해졌다. 그리고 아이돌의 굿즈뿐만 아니라 공연할 때 세트를 한 번 쓰고 없애는데, 이가 모두 쓰레기가 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만약 엔터사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방관해오고 그냥 쓰레기만 계속 만드는 중이라면, 지금 당장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런 칼럼을 쓰게 되었다.

 

환경문제에 직접 대응을 나선 엔터사와 가수들도 있다. 가수 청하는 2021년 2월 재생종이로 만든 앨범을 발매한 적이 있고, 가수 송민호 또한 ‘To Infinity’ 앨범을 재생종이로 만들었다. 굳이 재생종이가 아니어도 쥬얼 형태의 포토 카드와 CD만 든 ‘기본만 있는’ 앨범도 발매되는 추세이다. 또한 제이홉의 'JACK iN THE BOX' 앨범처럼 QR코드를 사용해 사진을 인쇄하는 것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에서 독점적으로 볼 수 있는 형태의 포토 북도 나오고 있다.4

 

 

이처럼 탄소중립의 위해 많은 가수와 엔터사, 그리고 시민 단체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낭비는 최소로 줄이고, 팬들의 만족도는 최대로 높일 수 있는 앨범과 문화가 생긴다면 지구도 팬도 엔터사도 가수도 모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1.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I5JP8oSXTs

2. 참고: https://www.korea.kr/news/visualNewsView.do?newsId=148896769

3. 참고: https://www.kpop4planet.com/ko

4.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1DCb-mE9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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