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은빈의 사회 칼럼] 번역, 의사소통을 방해하나

 

 

학교 중국어 선생님께서는 종종 한국에 살면서 놀란 점들을 얘기해주신다. 특히 표지판이나 안내문 등에서의 번역 오류가 많이 있다고 강조하셨는데, 어디를 가나 한국어로 된 문구만 읽는 나로서는 당연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오류 사례를 검색한 후 관련 이미지를 쭉 살펴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일임을 느껴 이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우선 나는 중국어를 잘하지 못한다. 기본적인 단어와 간단한 문법 정도만 알고, 원어민과는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 내가 찾은 오류만 해도 수십 개였다. 이는 번역 과정에서 전문가가 투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신중히 처리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한가지 사례를 들자면 청주시의 쓰레기봉투는 몇 년 전까지 맨 위에 '타는 쓰레기 종량제봉투'라고 크게 쓰여있다. 바로 밑에는 이를 각각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한 'Household Waste Bag For Incineration' 과 '可燃的口圾' 라고 적혀있는데 “한글과 외국어를 병행 표기해 외국인의 쓰레기 배출 방법에 대한 이해를 돕고 모두가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 신천으로 무단투기 없는 깨끗한 청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시 관계자가 밝힌 것이다.1 그러나 이 표현은 틀렸다. 可燃的의 뜻은 '탈 수 있는'이고, 口圾라는 어휘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전에 찾아봐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원어민인 중국어 선생님께 여쭤봐도 처음 보는 표현이라고 하셨다. 대체 이 표현은 어디서 나온 걸까? 중국어로 '쓰레기'는 垃圾, '쓰레기봉투'는 垃圾袋이다. '탈 수 있는 쓰레기'를 표현하려면 可燃的垃圾로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고, 실제로 2020년 버전의 쓰레기봉투를 보면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그전까지 첫 번째 버전을 쓰던 1만 명이 넘는 청주시의 중국인들은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직관적으로 어색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쉬운 예시는 반대의 경우이다. 즉 중국에서 한국어로 잘못 번역한 사례인데, 담배 경고문에서 '담배가 내던지고를 그만두어 주세요!!' 라고 쓰여 있거나 음식 메뉴가 '철판은 내장 음식을 착색했다'라고 번역되는 등 한국인이 보기에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쓰여 있다.2 이런 사례들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이지만, 심각한 갈등을 빚게 될 수도 있다. '누나'를 '아가씨'로 번역한 휴대전화 앱 번역기 때문에 중국인 A씨와 한국인 C씨가 다투기 시작했고 급기야 A씨가 C씨를 흉기로 13차례 찔러 살인을 저질렀다.3 이는 절대로 웃지 못할 사례이며 의미가 약간만 달라져도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번역은 어떤 글을 다른 나라 언어로 바꾸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지원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번역기가 발달한 글로벌 시대에도 정확한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아 오히려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점이 안타깝다. 사소한 갈등에서부터 심각한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번역할 때는 항상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특히 공공기관에서 배포하는 안내문은 전문가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번역기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태도를 버리고, '정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각주

1.인용: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7573
2.참고: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podory810&logNo=220414417698
3.참고: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522713?cds=news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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