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령의 사회 칼럼] 노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보물'의 가사 중 일부이다. 우리는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학교 끝나면 놀 수 있는 사람 누구든지 불러서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우리는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고, 경찰과 도둑, 거미와 나비 등을 하며 마음껏 웃으며 뛰어다녔다. 모래 놀이터에서는 모래에 묻을 걱정 하지 않고 뛰어다녔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하면 부모님은 이제 집에 가자고 그랬고, 우리는 조금만 더 놀고 싶다고 부모님을 보채며 저녁까지 같이 먹으면 안 되냐고 떼를 썼다. 결국 부모님의 손에 이끌린 채 집으로 들어와 저녁에 하는 어린이 방송을 보고 9시가 되면 잠들었다.

 

우리는 어린 시절 걱정이라곤 하지 않고 놀 생각만 가득한 채 살았다.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고 모두와 같이 놀았으며,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소꿉놀이하던 순수한 시절이 있었다. 수가 짝수면 엎어라 뒤집어라로 짝을 가르고, 홀수여도 깍두기로 끼워주어 모두가 재밌게 참여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나는 영하 10도인 날씨에 친구와 밖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핸드폰 게임을 한 적도 있었다. 날씨가 궂어도 마냥 놀기만 좋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방학을 맞았다. 말로는 방학이지만 학교를 안 갈 뿐이지, 그 시간엔 학원 숙제를 하고, 늘어난 특강 시간 덕분에 학기 중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때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학원도 안 다니던 어렸을 때, 방학에 나는 뭐 하고 놀았지?'. 온종일 TV를 봤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동생과 논다고 해도 외동이었던 애들은 뭐 하고 놀았을까. 분명 뭔가 매일매일 다른 삶을 살았던 것 같긴 한데 어떤 다른 놀이를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예전처럼 그냥 마냥 재밌게 놀고 싶은데, 요즘 노는 방법으로는 그렇게 놀기가 힘들었다. 점심은 대부분 마라탕이나 떡볶이, 후식으로 음료수 하나 사고 그다음엔 노래방, 마지막엔 스티커 사진으로 마무리. 노는 방식에 큰 차이는 없었다. 맨날 똑같은 스토리가 올라오고, 똑같은 SNS를 계속 쳐다보며 음식을 기다리는 것, 엄청난 시험 범위나 학원 숙제에 대한 하소연이나 연예인 얘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얘기를 하며 수다를 떠는 게 우리의 일상이었다. 가끔 방방이나 키즈카페 같은 곳을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다 큰 학생들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놀이터에서 무작정 뛰어놀고 싶다. 경찰과 도둑도 해보고 싶고, 얼음 땡, 눈땅을 하고 방방에 가서 신나는 비트의 아이돌 음악을 들으며 점프하고 싶다. 방방에서 조명이 꺼지고 레이저와 연기가 나올 때 눈에 뵈는 것 없이 점프하며 돌아다니고 싶다. 크레용팝의 노래 '빠빠빠'의 춤을 따라 하려고 번갈아 뛰다가 결국은 같이 뛰고 있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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