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은빈의 교육 칼럼] 사라지는 30개 학교

인터넷에 '외고'라고 검색하면 외고 폐지와 관련된 기사가 끝도 없이 뜬다. 전국외고 학부모 연합이 외고 폐지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고교체제 개편안 때문이다. 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폐지를 하거나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내가 현재 소속된 학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침인 만큼 이에 대한 칼럼을 써보고자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새 정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폐지 또는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며 자율형사립고는 유지하고 외고와 국제고는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미래 사회변화에 대응하고 학교교육을 다양화해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1 이 발표는 외고 학부모들의 반대 집회, 청원, 전국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의 반발 등으로 이어졌다. 재학생 중에서는 드물게 폐지에 찬성하던 나조차도 이번 방침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고 폐지는 10년 넘게 논란이 되는 주제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중학교에 다니면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관련 정책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입장을 들으며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찬성 측에 가까웠다.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의견에 동의했고,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데 너무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침은 그전까지의 방침과 다르다. 외고'만' 폐지한다는 것과 그 이유로 반대 측의 근거에 적합해 보이는 '교육의 다양성'을 제시한 것은,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하다.

 

외고가 외국어라는 한 가지 분야의 교과 과정만 중시해서 폐지하는 것이라면, 영재고, 과학고와 예술고의 존치는 정당화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내가 다니는 학교의 작년 입시 결과만 봐도, 서울대 수시 합격자 12명 중 외국어와 관련된 학과에 합격한 사람은 3명밖에 없다. 의류, 간호, 지리 등 외국어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로 많은 외고생이 나아가고 있으며 당장 내 주변을 봐도 어학에'만' 흥미가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 내가 배우는 2학년 과정에는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부터 예체능과 관련된 과목을 포함해 교양과목으로 교육학/철학, 진로 선택과목으로 국제 경제/융합과학/문화콘텐츠 산업일반 외 3과목 등으로 편성되어 있다. 배우는 과정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외고가 어학 교육에만 치중됐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학교의 폐지 자체는 내 고등학교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025년이면 내가 졸업한 이후이며 실제로 폐지된다면 모교가 사라지는 정도의 아쉬움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곧 고교를 선택해야 할 중학생들과 외고/국제고를 목표하고 있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외고의 존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계속 바뀐 만큼 많은 사람에게 혼란을 주었고, 이제는 타당한 근거를 들어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명확한 방침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이다.

 

각주

1.인용: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2/07/30/2022073000008.html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