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린의 예술 칼럼]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내가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코로나 19의 등장으로 인해 대부분의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고, 되도록이면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와 함께 꼼짝 없이 집에만 머물러야 했던 3년 전 쯤이다. 한 해에 고작 한 두번 정도 영화관에 갈정도로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는 우연히 sns를 하다 '당신의 삶을 바꿀 힐링 영화 모음'이란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영화 '굿 윌 헌팅'을 봤다. 삶이 바뀔 정도로 크게 인상 깊은 영화는 아니였지만 그것을 계기로 무료할 때 영화를 찾게 되었고, 영화에 빠져 고등학교 생활동안 수백편의 영화를 보았다.

 

사람들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단순한 오락 수단일 수도 있고, 위에서 언급한 게시물의 제목처럼 힐링이 되기도 한다. 영화는 사람들에게 긍정적 매세지를 전달하고 동기부여가 되어주고는 한다. '싱 스트리트'와 같은 청춘 영화를 보고,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에 몰입해 새롭게 도전할 용기를 얻게 수도 있고, '노킹 온 더 헤븐스 도어'의 시한부 주인공들을 보고 삶의 소중함을 되새겨 볼 수도 있다. 몇몇 작품은 사회적 문제나 삶에 대한 통찰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영화를 감상하면 잠시 현실을 잊고 영화 속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영화가 던지는 매세지를 곱씹으며 현실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영화는 현실에 대한 변주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현실을 이리저리 비틀어 아름다운 면을 보여주기도,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같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실의 모습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관객의 생각의 물꼬를 터줘 새로운 주제에 대한 숙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몇몇 영화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우릴 감각적으로 자극한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에선 동화 같은 핑크빛 세상을,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서 홍콩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래비티'와 같은 우주를 다룬 영화들은 우리를 색다른 체험으로 이끈다. 종합 예술인 영화는 그것의 내용적 측면 뿐만 아니라 시각적 측면과 음악 등에서도 독자성을 가지며 관객들에게 영화만이 제공할 수 있는 미적 체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회화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정지한 회화가 아닌 움직이는 영상은 우리를 진정으로 작품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도록 한다.

 

꼭 특별한 매세지를 전달하는 등 특정한 기능을 하는 영화만이 훌룡하다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이러한 기능들이 뚜렷한 구분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단 것이다. 한 편의 영화 안에 담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영화는 오락이 되기도하고, 예술가의 작가정신을 담아낸 예술품이 되기도 한다. 그 둘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앞으로의 영화는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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