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연의 사회 칼럼] 낙태가 아닌 임신 중단으로 불리는 그 날까지

 

 

생명의 탄생은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축복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모든 아이가 축복받으면서 태어나지 못한다. 축복받지 못한 아이는 때로는 베이비 박스 (=키울 수 없는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에 버려지기도 하고, 사랑받지 못한다.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주체가 아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부모를 무조건 비난할 수 있을까? 아기를 출산하고 싶지 않은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정당할까?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부모의 무관심과 버림을 경험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의 생명을 존중해주는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1973년, 미국의 텍사스에서 '로' 라는 여성이 텍사스주의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임신 중단은 금지된다'라는 법에 따라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 중단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로는 당시 담당 검사엿던 '웨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은 로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은 이 판결을 기점으로, 여성의 임신 중단을 허용하였으며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법들의 효력이 상실되었다. 왜냐하면 미국은 영미법 체계를 따르는데 선례구속성에의해 이전 판례가 법적 근거로써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개인이 임신 중단을 선택할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지만 임신기간에 따라 임신 중단의 가능 여부를 구분하였다.1)

 

임신 중단 논쟁의 핵심은 인간의 목숨을 어디서부터 인정하는지로 나눌 수 있다. 뱃속에 있는 태아를 인간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것과 뱃 속의 태아 상태가 아닌 출산하여 세상 밖으로 나온 때부터 인간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현재 우리 나라는 '낙태'라는 단어를 통해 뱃 속의 태아 상태에 집중해있음을 알 수 있다. 낙태는 출산 전에 아이를 의도적으로 낳지 않으려는 행위 즉, 자궁에서 발육 중인 태아를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일을 '낙태'라고 부른다.2)

 

그러나 과연 임신 중단이 찬반의 문제로 나뉠 수 있는 문제일까? 우리는 이 문제를 현실에 비추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뱃 속의 태아를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는 잔인하다. 임신한 여성의 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임신은 준비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부부가 아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직 결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흔히 말하는 '사고'로 아이가 생길 수도 있다. 과연 이들에게 아이가 축복일까? '사고'라고 부를 만큼 반기지 않는 아이를 임신 중단이 허락되지 않아 강제로 출산하였을 때 그 아이를 부모의 사랑을 가득 주며 양육할 수 있을까? 임신을 준비하고, 아이를 간절히 원했던 사람조차도 어려운 것이 양육이다. 인간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바라지 않았던 이들이 올바르게 양육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태아도, 임신한 여성도 존중해주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법이 없는 입법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9년, 낙태 죄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 등을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강간 등 특수한 경우에만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임신 중단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이다.3) 

 

임신 중단이 태아의 생명을 해친다고 주장할 만큼 태아의 생명을 중요시하던 자들이 왜 법이 없는 공백 상태를 유지하는가? 법이 없는 무질서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임신 중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의사도 많고,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인정받지 못한 곳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건강한 환경에서 수술할 줄 아는 의사에게 수술받지 못하고, 뱃 속의 태아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안전하지 않다. 더 나은 상황을 위한 발전 가능성은 점차 줄어든다. 국회는 여성의 건강도, 태아의 생명도 놓치는 사면초가의 상황이 오기 전에 하루빨리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인용

1) https://www.voakorea.com/a/world_behind-news_us-abortion-debates/6058874.html

2)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74626&cid=40942&categoryId=32791

3) https://www.ytn.co.kr/_ln/0101_202101010117578386

4) https://blog.naver.com/mogefkorea/222122889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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