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연의 미디어 칼럼] 스마트핑거 콘텐츠, 과연 건강한 문화일까

 

 

정보기술의 발달로 우리 미디어는 전형적인 방송 콘텐츠에서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으로 변화하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최소한의 행동으로 쾌락을 소비하는 일명, '스낵컬처' 문화가 점차 발전하고 있다.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트렌드가 쉽게 간식을 즐기는 것과 비슷해 '스낵컬처'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간식 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로는 우리 MZ 세대가 많이 소비하는 SNS, 모바일 게임, 단편 영화, 웹 드라마, 웹툰 등이 대표적이긴 하나 소설 시장에서는 단편 소설이 인기를 끄는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이러한 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변화는 우리에게 스마트 핑거 콘텐츠라고 불리는 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소비 스타일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스마트폰이라는 작고 간단한 기기의 등장으로 터치만으로도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 핑거'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을 통한 유비쿼터스 콘텐츠 환경이 조성되면서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핑거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됐고, 스낵 컬처는 이제 우리의 주류 미디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현재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짧고 간단한 미디어 콘텐츠를 주로 찾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양한 문화 정보를 습득하고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핑거 콘텐츠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미디어 산업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현상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 있을까? 나의 답은 '아니다'였다. 스마트 핑거 콘텐츠는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우리에게 단편적인 지식만 제공할 뿐 새로운지식을 발견하거나 확장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효율적인 쾌락을,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스마트 핑거 콘텐츠는 지식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압축함으로써 우리의 사고력을 잃게 할 위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구가할 수 있는 미디어 특성상 가벼운 스낵 컬처가 아니라 때로는 무겁고 진지한 문화 콘텐츠도 필요하다. 이에 더해 미디어 콘텐츠를 단시간에 간단하게 소비할 수 있는 스마트 핑거 콘텐츠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 조회수나 좋아요 같은 시스템이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경쟁하는 시스템이 되었고 이에 따라 비건전한 미디어물 확산 및 문화 획일화 등 건전한 문화시장 형성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미디어 소비자들이 영양가 없는 콘텐츠를 감상하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게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뉴미디어 시대의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적어도 우리는 더 빠르고 쉬운 기술과 더 편리한 세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더 건강한 문화와 미디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편리함에 대한 인류의 지나친 욕심은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미디어 시장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스마트 핑거 콘텐츠는 분명 현대인들에게 편리하고 유용한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이는 우리의 미디어를 획일화하는 등 미디어 시장에 마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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