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심리 칼럼] 지금은 힘들지만 괜찮아!

내가 바라보는 '싸이코지만 괜찮아'

‘싸이코지만 괜찮아!’ 요즘 그야말로 '핫'한 드라마였다. 처음 이 제목을 접하며 ‘색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다. 아마도 ‘싸이코’라는 단어에서 그 기대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싸이코(Psycho)'는 어학 사전에서 정신병자, 기인, 괴인 (YBM 영어사전 참조)'를 말한다. 즉, 정상과 상반되는 이상(異常)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이 제목은 ‘이상하지만 괜찮다’라고 말하고 있어 ‘작가가 과연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했다.

 

드라마 속의 동화작가 ‘고문영’은 온기가 없는 냉담한 마녀와 같은 인물로 어린 날에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와 달리 함께 등장하는 인물,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는 일상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형을 돌보며 살아가는 성실하고 따뜻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도 어린 날, 엄마에게 받은 깊은 상처로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로 고문영과 문강태의 내적인 상처는 그 맥을 같이 한다. 문강태에게 기쁨, 즐거움, 미움, 슬픔 등 감정이 메마른 고문영이 정상일 수 없고 고문영에게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 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문강태가 정상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아픔으로 인정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자신들의 상처를 회복해 간다. 자기의 이상(異常)적인 면을 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서로의 아픔을 인정하고 위로해 줌으로 결국 각자의 아픔을 마주할 수 있었던 그들은 점차 자신의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누구나 살아가며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스트레스, 혼란, 좌절, 분노,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때로는 ‘내가 이러다 미칠 것 같다’는 극도의 두려움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서 경험을 우리는 비정상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 예로 이 시대의 교육 현실은 어마어마한 학업량을 소화해야 하고 여기에 입시에 대한 압박, 성적에 대한 긴장, 정체성 혼란에 따른 내면적 갈등 등으로 그야말로 우리는 작은 자극에도 폭발할 수 있는 위태한 경계선에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에게 ‘미치겠다’는 말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이 말이 과장된 표현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미치겠다.’ 는 극한 표현을 연상 뿜어내고 특히 입시지옥에서 허덕이는 우리 학생들은 ‘내가 미치는 것은 아닐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하다. 여기서 정상과 이상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백히 밝혀야 내가 미칠지도 모른다는 통제되지 않는 나의 불안에서 벗어나 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행동과 정신장애를 정의하면서 핵심용어 중 하나가 ’적응‘이다. 개인의 생각이나 심리 행동, 신체적 특성이 그 사람의 적응을 방해하고 부적응적인 특성을 초래한다면 이것을 이상적 행동이라 간주한다’라고 말한다 (‘이상심리학 총론’ 권석만 저 내용 인용). 즉, 어렵고 힘든 상황으로 자신의 활동영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나아가 사회적 관계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으로 적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양상이 지속할 때서 비정상적이라 한다. 어려운 상황에 따른 복잡한 정서적 불안정은 오히려 정상이고 당연하다. 문제는 이것이 일치하지 않고 그 문제가 지속할 때 이상(異常)이 된다. 내적 어려움은 부적응 행동을 유발하지만, 개인의 심리적 특성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그 문제가 해결될 때 그 양상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것은 정상적인 양상이다. 그런데도 여러 이유로 극도의 부적응 상태를 경험하며 ‘나는 왜 이럴까?’, ‘내가 이상한가? ‘라는 나만이 정상이지 않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이 누구에게나 이해되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에서 나만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이상(異常)한, 비정상적인 '싸이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기반이 되었을 것도 예측해본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두 '싸이코'적인 인물들과 우리는 그 차이가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성은 정서적인 깊은 상처와 외로움을 오랜 시간 마음에 담고 위로받지 못해 성격화된 이상(異常)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현재 경험하는 우리들이 경험하는 이상(異常)적인 정서 상태는 이 힘든 고교 시절이 지나가면 해결이 될 것으로 우리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폭발적인 감정을 느낀다'하여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우리들이 경험하는 이 상황과 감정은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이 낯선 자신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이완시킨다.

 

 

그럼, 이러한 이상(異常)한 시기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 하나는 이 상황에 반응하는 자신을 덤덤하게 바라보며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누구나 겪는 과정을 나도 경험한다'는 보편성을 강조하며 이 시기와 맞서 대처하고 있는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위로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또한,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한 감정에 허덕이기보다 또래 관계나 그 외 대인관계에서 서로의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매일 먹는 영양제 이상으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해 줄 것이다. 이러한 나와 서로가 제공하는 정서적 위안은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이상(異常)한 시기’를 지혜롭게 대처해 가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바로 지금, 힘든 상황으로 불편한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것을 정리해 표현할 수 있다면 건강한 성인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해 보는 것도 꽤 멋진 일이다 . 또한 미치도록 힘든 이 상황을 좀 더 개선시키고자 그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내는 모습도 건강한 성인이 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이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갈등관계, 진로문제 등으로 겪는 걱정, 불안, 우울, 긴장 등 복잡한 마음을 표현해 보자. 그리고 서로에게 위로하고 받을 수 있는 의미가 되어 보자. 이것은 우리들이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더불어 각자의 삶을 건강하게 꾸리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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