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은의 생명과학 칼럼]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 유전자 가위

 

 

전 세계의 70억 인구 중 모든 것이 완벽히 일치하는 두 사람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겉으로 똑같아 보이는 일란성 쌍둥이들마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차이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인간(또는 생명체)이 가지는 수많은 ‘유전자’ 때문이다. 얼굴, 키, 피부색, 성격 등 우리의 모든 특징, 즉 형질은 DNA 속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렇다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우리의 유전자는 더는 변화할 수 없는 것일까? 불가능해 보이는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바로 ‘유전자 가위’이다.

 

유전자 가위는 효소를 이용하여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이라고 정의된다. 유전자 가위의 본 목적은 바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 속에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의 이상이 있는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어 정상적인 DNA로 교체하는 시스템이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해보자면, 찢어진 옷의 부위(특정 이상 유전자)를 새로운 천(정상 유전자)으로 바꾸는 ‘유전자 짜깁기’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개발된 유전자 가위로는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 핑거 뉴클레이스(ZFNs·Zinc Finger Nucleases)’, 2세대 유전자 가위 ‘탈렌(TALENs·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가 있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세포에서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리보핵산(RNA) 기반 인공 제한효소이다. 이는 교정해야 하는 이상 DNA를 찾아내는 길잡이 가이드 역할의 크리스퍼 RNA(crRNA)와 DNA를 잘라내는 절단 효소 Cas9 단백질로 구성된다. 크리스퍼가 체내의 세포 속으로 주입된 후 크리스퍼 RNA가 DNA의 염기 서열 중 목표한 위치에 달라붙으면 Cas9 단백질이 DNA 이중나선의 두 가닥 모두를 잘라낸다. 유전자 편집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르기에 현재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가위이다. 다시 말해 간편하고 효율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누더기 편집’으로 정확성이 다소 낮아 의도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1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차세대 유전자 가위인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가 개발한 이 기술은 크리스퍼의 단점이었던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18~40개 단위로 DNA 가닥을 잘라내는 크리스퍼와 달리, 프라임 에디팅은 DNA 단일 가닥을 절단하여 그 자리에 원하는 염기서열을 직접 삽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크리스퍼와 마찬가지로 Cas9 단백질을 사용하지만, 이 Cas9 단백질은 DNA 두 가닥 모두가 아닌 한 가닥만 절단하도록 변형되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차이점이다. 즉 프라임 에디팅을 더 정교하게 개발하여 이 기술이 대중화될 수 있다면, 더 정교한 기술로 더 안전하고 신뢰 가능한 유전질환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2

 

하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의 개발은 ‘윤리적인 관점’에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몇몇 전문가들은 인간 태초의 탄생부터 선천적으로 보유하는 유전자를 우리가 직접 변형하고 조작한다는 것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평가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또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 이들은 32억 쌍이 넘는 염기 중 한두 개에 해당하는 변이의 변형을 놓고 조작이나 편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유전자 가위 기술이 충분히 개발되어 보편화되기 전에, 유전자 가위의 무분별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선을 마련하는 등 법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843439&cid=43667&categoryId=43667
2.참고: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517916&memberNo=30120665&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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