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정치 칼럼] '의외'라는 착각

주사파라는 유령과 보수의 비유풀이

지난 4년간 친북·친중·반미 성향을 보여 온 한국 좌파 정권의 수장(首長)이 미국 민주당 출신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서 내놓은 성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찰떡 동맹’을 강조한 것이어서 놀랐다.

 

<뜻밖의 한·미 동맹 확인서(김대중)>, 조선일보 중1

 

6월 1일, 조선일보에 올라온 한 칼럼의 첫 문단 중 일부이다. 어느 언론인의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이런 인식이 우리나라 보수의 문재인에 대한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를 맡았던 나경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감수하며 문재인을 비판했다. 이후에도 이런 류의 발언들은 여러 번 나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의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보수 국회의원들이 '사상 전향' 질의를 쏟아냈던 것들도 이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지극히 진영 논리적인 말들에 불과하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부정했다거나, 약화를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취임식부터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문재인은 한미동맹을 부정했다거나, 약화할 것을 주장했다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거나 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주요 위치에 있는 인사들 중에 과거 전대협, 한총련 출신 인사들이 일부 있다고 해서 민족해방이나 주사파 운운하는 것은 매우 큰 오판이다. 

 

신천지는 신입 신도들을 포섭할 때 '비유 풀이'를 한다고 한다.2 이는 성경을 주류 해석과는 다른 식으로 풀이하는 것으로, 주로 예수 그리스도나 하느님이 아닌 이만희를 신격화한다. 이를테면 묵시록 2장과 3장의 '이기는 자'는 신천지의 교주이며, 천국보좌는 '사도 요한의 목사'인 이만희 뿐이라는 식이다. 심지어 14만 4천 명이라는 숫자도 말 그대로 해석하여 그만큼의 신천지 신도들이 천국에 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신천지의 해석은, 보수 세력의 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다반 반대로 구절들 몇 개를 뽑아 상대방을 악마로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의 의무로 평화 통일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 관계를 풀어가기에는 전통적인 안보와 충돌하는 면이 너무나 많다. 그럴 때 어떤 것을 선택하냐에 따라서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가르는 지점 중 하나가 된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 체제의 비인간성을 두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둔할 이유도 없다. 국민의당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였던 시절 공산주의자를 공천했다고 공격한 적이 있었다.3  당연히 강은미 의원은 북한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라고 비판하면서 정면으로 맞섰다. 

 

그러니 계속해서 이런 사람들에게 과거의 행적을 근거로 이념적인 공격을 한다면, 당연히 그런 공격들에 대해서 입을 다물 것이다. 그런 공격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당한 정치적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보수가 두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만들어가는 한미동맹이 삐걱거리지 않기를 바란다면 낡아빠진 이념 공격부터 바꿔야 한다. 

 

각주

인용: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6/01/OHC32KVPBJFOZGFHC6YLY53UT4/

참고: https://news.joins.com/article/23720660

참고: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47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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