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채의 독서 칼럼] 들리지 않아 더욱 반짝이는 그들의 세상

이길보라 작가의 '반짝이는 박수 소리' 를 읽고

 

 

작년, 어느 기사에선가 이길보라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가 제작한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다큐멘터리를 알게 되었고, 동일한 제목의 책을 썼다는 것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도서관에 신청까지 하면서 읽게 되었다.


저자 ‘보라’는 ‘코다’(CODA)이다. 생소한 단어일지도 모르겠지만, ‘코다’란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한다.1 자연스럽게 수어와 구어를 모두 습득하게 되고, 부모님의 통역사가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제작하게 되는 과정, 코다로 살아가며 느껴지는 많은 일, 부모님의 이야기, 다른 ‘코다’ 들과 함께 연대하는 이야기 등을 풀어놓았다.

 

2장에서 저자는 아버지와 함께 미국을 방문하는데, 갤러뎃 대학교라는 곳을 방문한다. 갤러뎃 대학교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최초의 대학교로, 이곳에서는 청각 장애인들도 자신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고 꿈을 펼칠 수 있다. 캠퍼스도 청각 장애인들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다. 캠퍼스 내에서는 수어로만 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저자가 카페에서 입을 움직여 질문했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아버지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저자는 농문화의 천국은 미국이라고 한다. 체계적인 농문화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지원이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도 단번에 엄청난 변화를 이루는 것이 아닐지라도 농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 동등한 학습권을 보장해 주는 일 등이 필요하리라 생각하였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일, 그것은 우리의 일상이 그들에게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의 발명이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혁신과도 다름없는 일이라 한다. 영상통화와 단체 채팅방과 각종 스티커의 사용은 그들의 소통을 훨씬 더 편리하게 해주었다. 우리에겐 당연한 음성 전화가 그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 되고 또 다른 장벽이 되었다. 은행 업무를 보거나, 명절에 다른 친척들과 이야기하며 안부를 묻는 일들이 저자의 부모님에게는 자녀 보라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일이었다. 후에 저자는 부모님의 통역사가 되는 일들이 힘이 들기도 하고, 집안 식구나 국가나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도 이야기하다 눈물을 보이는데, 그 심정이 이해되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던 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난 뒤 생각해 보니, 나는 할 줄 아는 수어가 하나도 없었다. 평소에 사용해 본 적도 없고, 사용하는 사람과 만난 적도 없지만 나도 기본적인 수어 정도는 익혀두고 싶었다. 그래서 책 맨 뒷장에 그려진 몇 가지 수어를 따라 해 보았다. 혹시 몇 년 지나지 않아 대학교에 가서 사용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청각 장애인들의 삶은 마냥 답답하고 힘들 것이라고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들의 삶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사랑하고, 웃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마음껏 즐거워한다.. 다만 입이 손으로, 그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인 것이다.


책 제목인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농인들이 손뼉을 치는 방식이라고 한다. “양팔을 들고 손바닥을 반짝반짝 좌우로 돌리며 시각적인 박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나의 반짝이는 박수가 또 다른 반짝이는 박수를 불렀고, 그것이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되고 ‘갈채’를 이룬 것이었다”2 제목처럼, 아름다운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널리 퍼지는, 모두가 다름을 이해하고 동시에 존중받는 그런 반짝거리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각주

1.(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한겨레출판 15p)

2.(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한겨레출판 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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