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채의 사회 칼럼] 사회의 최전선으로 내몰리는 현장실습생

무엇이 청춘들의 꿈을 짓밟았나

지난 10월 6일, 전남 여수 요트 선착장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홍정운 군은 현장실습 도중 사망했다.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3학년이던 홍정운 군은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을 나갔는데, 애초 계획된 현장실습의 내용은 요트에서 선내 실습을 할 예정이었다.하지만 현장실습 중 하게 된 일은 12kg 납덩이를 몸에 맨 채 잠수해 요트 밑에 붙어 있는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이었다.잠수기능사 자격증도 없었고, 평소 물을 무서워하던 홍 군에게 업체는 학생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을 지시했다.3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장비를 벗으려다 문제가 생겨 바다로 가라앉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 40조 관련 임산부 등의 사용금지 직종 별표 4에 의하면 18세 미만인 자에게 잠수작업을 시킬 수 없게 되어 있다.4 또, 수중작업 시 2인 1조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규칙 또한 위반하였다.5 그 결과, 한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당시,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했던 나는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왜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발생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마침 도서관에 허환주 기자의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라는 책이 있어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대 정부들은 어떻게 특성화고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인지, 그 과정에서 정말 올바른 절차로 인재 육성이 이루어졌는지, 학교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등을 상세히 알고 싶었다. 책이 출간된 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실상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현실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거라는 어른들의 말이 사실인지 묻고 싶어졌다. 

 

 

 

중학교 3학년 당시,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즈음 특성화 고등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로 나뉘어 진학하는 친구들을 보며 ‘결국 이렇게 진로가 나누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특히 특성화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선택과 동시에 진로를 일차적으로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그 속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았다. 사회적 편견과 ‘고졸’이라는 시선 또한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책 속에서 특성화고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나오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같은 정규직이라도 출발선이 달랐다고 이야기한다.그녀는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외 지점으로 가는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없었고, 인사 고과에서도 고졸 직군과 대졸 직군을 따로 매기는 점수에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7 어쩌면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더욱 먼저 아니었을까? 일터 안에서나 사회에서나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 아무리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 한들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지난 2017년 전주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여고생과 같은 해 제주에 있는 한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이민호 군, 그리고 현장 실습생 이라는 이름 아래 갖은 피해를 본 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들의 이야기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정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등학생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고등학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책가방을 메고,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고, 수능을 치르는 등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교복 대신 유니폼과 작업복을 입고 일터로 나가는 학생들의 현실은 사회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듯했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기만 한 짐들을 학교가, 사회가 지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고를 당하는 학생들의 나이는 전부 내 나이의 또래들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사회는 너무도 냉혹하기만 하다. 엄청난 대우와 복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일하면서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작업 중 안전 사항은 당연하게 지켜지며,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일터를 원한다. 그저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면 될 거라고 믿었던 아이들에게 업주들은 최소한의 안전과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았다. 현장 실습생은 싼값에 부려먹을 수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 아니다. 과연 이번 사건이 마지막일 거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다시는 청춘들의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학생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각주

1. (참고) https://www.khan.co.kr/local/local-general/article/202110071619001 

2. (참고)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4506.html

3. (참고)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595109&memberNo=44865264&vType=VERTICAL
4. (인용) https://www.law.go.kr/LSW/lsBylInfoPLinkR.do?lsiSeq=190421&lsNm=근로기준법+시행령&bylNo=0004&bylBrNo=00&bylCls=BE&bylEfYd=20170101&bylEfYdYn=Y

5. (참고) https://www.khan.co.kr/local/local-general/article/202110071619001 

6. (인용)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152p/허환주/후마니타스

7. (인용)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153p/허환주/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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