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사람을 품다

지난 주 평일,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참 SNS를 뒤적이다가 한 사진첩을 보게 되었다누군가의 포트폴리오 사진첩이었는데, 사진첩에는 미국 여행기부터 자선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담겨 있었다. 무엇을 위해 이런 열정을 가지고 하고 있는지, 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문득 궁금해졌다필자는 여러 번의 설득 끝에 그날 저녁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포트폴리오 사진첩의 주인공, 김중황 (18)씨를 만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글로벌 설레발”이라는 별명을 가진 19살 고등학생 김중황이라고 합니다.


SNS에서 여러 활동 기록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나요?

고정적으로 하는 일은 없고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는 편이에요. 주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 이야기 속에서 프로젝트라던지, 그런 것들을 구상하는 편입니다.


언제부터 그런 일들을 하기 시작하셨나요?

제작년 12월 뉴욕에 있는 친구 집에서 한 달동안 먹고 자면서 미국 여행을 했어요. 그 한 달 동안 뉴욕에서 저는 정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가치있는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미국 여행에서 기억나시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뉴욕에서는 매년 1231일 밤에 볼 드랍 (Ball Drop)”이라는 행사가 열립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보신각 타종 행사같은 행사에요. 사실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축하 공연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치의 고민도 없이 행사장으로 갔어요. 그런데 테러 등의 위협 때문에 가방을 가지고 들어가면 못들어가게 하더라구요. 정오에 입장인데, 정오에 입장하면 자정까지 밖으로 나올 수가 없어요. 화장실에 가거나 식사도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그 행사장 입구에서 만난 흑인과 함께 사람들을 모아서 경찰들에게 항의했습니다. 가방 가지고 들어가게 해달라고요. 그래도 경찰들은 끝까지 허용해 주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사람들은 무작정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 뒤에서 경찰들이 아까 그 흑인과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더라구요. 저는 무작정 도망쳐 나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와서 TV를 켰는데, 저와 사람들이 통제선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이 뉴스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게 뉴욕 여행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된 때였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정말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이었네요.


그런 미국 여행에서의 경험을 모아 책을 내는 프로젝트도 진행하셨던 걸로 아는데, 그것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고등학생이 쓰는 솔직한 뉴욕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었습니다. 21일간의 뉴욕 여행기를 책으로 출판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모금액이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그리고 저를 믿어주고 지지해주시는 '사람들'을 얻었기 때문에 절대 실패한 프로젝트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얻은 것이 더 많은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람'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시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바로 '사람'이에요. 모든 가치는 사람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명 대학의 교수부터 도쿄 뒷골목 야쿠자까지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만의 이야기와 자신만의 깨달음이 있어요. 그 깨달음과 이야기가 정말 재밌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정말 깊은 감명을 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자주 만나면서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또 그런 일들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미국 여행 말고도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신걸로 알고 있는데, “사람이라는 가치를 위해 또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미국 말고도 호주와 일본 여행도 다녀왔었습니다. 호주는 우연히 나간 대회에서 운좋게 수상하여 부상으로 다녀오게 되었고, 일본은 혼자 다녀왔는데 일본 여행이 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출발하기 전, 저는 관광지를 보거나 오락을 즐기기 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겠다고 다짐했고 일본 땅에 발을 딛자마자 그 다짐을 실행에 옮겼어요.


가장 먼저 만났던 사람은 도쿄외국어대학교 학생이었는데, 교육 쪽으로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그 날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며 한국과 일본의 교육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양국의 교육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굉장히 재밌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다음날에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Yale 대학교 학생 Annelisia와 하루 동안 같이 여행을 하면서 서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로 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와 그 친구 둘 다 기자라는 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헤어질 때는 예일대학교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배경도 문화도 환경도 다르지만 '꿈'이라는 공통 분모 하나만으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사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일대학교 한 번 가봐야 하는데, 이제 고3이라 시간이 허락을 해 주질 않네요. (웃음)


여행을 다녀온 것 말고 생각 나는 건 '김중황의 여행캠프'라는 토크 콘서트를 주최했던 일이에요. 기획부터 연사, 장소 섭외 사회부터 토크 콘서트까지 모든 일들을 도맡아 진행했었습니다.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지만 장소를 대관하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며 또 수십 번의 협상을 하면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다시금 배우게 되었던 것 같아요. 토크 콘서트에서는 자신의 학력, 나이, 성별 등과 아무런 관계 없이 그저 자신의 경험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양한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 토크 콘서트에서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는 것들을 보고 소통과 연결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가 굉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얼마 전에는 'Project C'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Project C'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Project C'는 제 개인 프로젝트 중 세 번째 프로젝트라는 뜻입니다. Project A는 앞서 말씀드렸던 뉴욕 여행기 출판 프로젝트였고, 강연회를 열었던게 Project B에요. Project C는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분들 등의 아티스트 분들이 작업하신 달력과 엽서를 구매하면 그 수익금이 유니세프를 통해서 불우한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여행을 다니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건, 서울역 앞에, 뉴욕의 뒷골목에서, 호주의 길거리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어요.


여행을 다닐 때 마다 노숙인 분들을 자주 만났고 그런 분들과 몇 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들, 특히 같은 환경에 놓여진 어린 아이들이 굉장히 큰 위기와 고통에 쳐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해보다가, 이번 “Project C”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Project C의 자세한 내용 확인 및 달력, 엽서 구매는 227일까지 TumblbugProject C 웹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Project C 웹페이지 http://www.tumblbug.com/projectc)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을 기획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들은 굉장히 많아요. 심야 라디오 DJ라던지, 굉장히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기획하고 있지만 아직 준비중이라서 자세하게 공개해 드리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건, '사람'이라는 가치에 초점을 맞춰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뉴욕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노숙자 분이 저에게 해주셨던 말이 생각나네요난 너가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어. 너가 성공해도 우리 같은 사람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제 계획도 비슷합니다. 여러 사람, 정말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부터 바닥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듣고자 해요.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는 사회가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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