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의 시사 칼럼 7] 82년 김지영,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페미, 메갈, 한남 등의 단어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게 만들었고, 서로를 싸우게 만들기도, 연인을 헤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이 영화로 나온 후에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sns에 올린 감상평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82년생 김지영, 문제가 있는 책인 걸까?

 

이 책은 82년에 태어난 김지영 씨의 일생을 담은 책이다. 아들 딸 차별을 받았던 어린 시절부터 출산 후의 육아까지 짧지만 길었던 그녀의 인생이 전개되어 있다. 그녀는 딸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차별을 받았고, 학교에서 차별을 받았고, 직장에서 차별을 받았다. 그렇게 김지영 씨는 살았다.

 

몇몇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극단적이다, 너무 과장했다, 비현실적이다 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여자들이 겪어 봤음 직한 이야기를 모아 구성했다. 모두 겪은 사람은 드물겠지만 그 동시대에 살았던 여성들은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것이 이 책과 영화가 공감을 많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2030시대는 공감하지 어렵겠지만 어머니 세대는 이 책이 정말 와 닿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2007년에 출판됐던 가시고기라는 책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가시고기는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고, 82년생 김지영은 대한민국에서 엄마, 아내, 며느리,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아버지가 아니었던 많은 사람들도 가시고기라는 책을 읽고 눈물을 지었다. 아버지도, 남성도 아니었던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연민을 느꼈던 것이다. 82년생 김지영 책도 마찬가지이다. 그 당시의 딸로,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고달팠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김지영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녀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렇게 많은 욕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이게 남자 탓이라고 하고, 남자는 여자 탓이라고 하니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여자의 문제도, 남자의 문제도 아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사회의 잘못이라 말하고 싶다. 가부장제를 만들고, 남아 선호 사상을 만들고, 출산, 육아 휴직을 쓰는 사람들을 안 좋게 바라보고, 육아가 여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남자도 힘든데 왜 여자만 그래?!”, “뭔 엄살이야, 지금은 여자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이잖아.”라고 생각하는 대신 “아,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이 당시 김지영 씨, 정말 힘들었겠구나.”라고 생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를 쭉 보며 한 공인이 자신의 SNS에 영화 후기를 남긴 것을 보았다. 그 글을 요약하자면 세상에는 아름다운 일이 많은데 왜 그리 부정적으로 보냐는 것이다. “이왕 여자로 태어나 살면서 이 영화처럼 남자, 여자가 불평등하고 매사에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살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것들에만 주목해 그려 놓은 영화 같다는 생각"이라며 “여성을 온통 피해자처럼 그려놓은 것 같아 같은 여자로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마치 6.25 전쟁에 대한 영화를 보고 “먹을 것도 많고 평화로운 세상인데 부정적인 부분만 초점을 맞춘 영화 같다. 이제 많은 이산가족이 상봉했는데 모든 한국인들을 불쌍한 사람처럼 그려 놓은 것 같아 같은 한국인으로서 보기 불편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지만, 그 당시 상황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실례가 되는 말이지 않을까?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만 이득을 본다고 하여 좋은 것이 아니다. 시대가 많이 변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하려 하고 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상황이 있었던 것은 절대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편을 갈라 싸우지 않고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제 2, 제 3의 김지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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