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구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벌레, 파충류 또는 다른 어떤 것. 사람은 각자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가 싫어하는 것들이 다를 테고, 제각기 다른 답변을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대답하는 것 또한 있을 것이다. 나는 아마 이것이 ‘벌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벌레는 징그럽고 더러운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꿔서, 만약 당신이 자고 일어난 뒤 거울을 봤을 때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아닌 거대한 벌레가 되어 있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 아마 그때의 내 기분은 매우 절망적일 것 같다. 외관상 보았을 때 흉측하기도 하지만, 벌레인 내 모습을 반겨 줄 이가 현실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현재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학교, 학원 등의 일상도 빼앗길 것이다.
또한,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 그레고르를 한순간에 외면하고 무시하는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레고르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현대사회 가족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물질 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사회 전체에 넓게 퍼지면서, 부모님은 일, 자녀들은 학업 등 마주하여 대화할 시간이 거의 사라진 가족의 모습은 현대사회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나는 이러한 가족의 모습이 돈으로 묶여 있는 그레고르 가족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둘은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가족의 의미가 쇠퇴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는 주인공 그레고르를 아주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부닥치게 하여 자신의 능력을 잃고 흉한 외형을 가지게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가 깊게 침투한 사회에서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경제 여건 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우리 내면 우리도 모르게 자리하고 있던 인간을 대하는 조건적 태도에 대해 꼬집어 주어 사람을 대하는 나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