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윤의 독서 칼럼] 우리는 타인의 어떻게 대하는가?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당신이 지구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벌레, 파충류 또는 다른 어떤 것. 사람은 각자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가 싫어하는 것들이 다를 테고, 제각기 다른 답변을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대답하는 것 또한 있을 것이다. 나는 아마 이것이 ‘벌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벌레는 징그럽고 더러운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꿔서, 만약 당신이 자고 일어난 뒤 거울을 봤을 때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아닌 거대한 벌레가 되어 있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 아마 그때의 내 기분은 매우 절망적일 것 같다. 외관상 보았을 때 흉측하기도 하지만, 벌레인 내 모습을 반겨 줄 이가 현실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현재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학교, 학원 등의 일상도 빼앗길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은 하루아침에 벌레가 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레고르라는 남자는 의류를 판매하는 외판원이었는데,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얻은 빚을 모두 청산한 뒤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모두는 그레고르를 매우 친절히 대했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하루아침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벌레로 바뀐 뒤 가족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처음 그레고르를 보고 공포에 떨던 가족들은 차츰 집에 벌레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며 그레고르를 정말 벌레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벌레로 변한 비극적인 상황에도 한 줄기의 희망을 품고 있던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변화한 태도에 낙담하며 삶의 의지를 잃게 되었고, 결국 식음을 전폐한 채 말라비틀어진 상태로 발견된다.
 
눈을 떠 보니 벌레로 변해 있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던 그레고르가 삶의 희망을 잃게 된 것이 단순히 외형의 변화 때문일까? 나는 그레고르 가족들의 급변한 태도가 더욱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레고르는 가족들을 위해 뼈가 빠지도록 일을 한 헌신적인 인물이다. 물론 가족이기 때문에 별다른 보상을 바랄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가족이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 마땅한데, 한순간에 외면당한 그레고르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레고르의 경우처럼, 사람을 외형과 쓰임에 따라 판단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사람의 겉모습과 쓰임에 근거해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 또한 위와 같은 행동을 한 경우가 없지 않다. 나와 친하게 지냈을 때 나에게 이득을 주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분하여 생각했던 나의 모습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반성하였다. 
 

또한,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 그레고르를 한순간에 외면하고 무시하는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레고르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현대사회 가족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물질 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사회 전체에 넓게 퍼지면서, 부모님은 일, 자녀들은 학업 등 마주하여 대화할 시간이 거의 사라진 가족의 모습은 현대사회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나는 이러한 가족의 모습이 돈으로 묶여 있는 그레고르 가족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둘은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가족의 의미가 쇠퇴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는 주인공 그레고르를 아주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부닥치게 하여 자신의 능력을 잃고 흉한 외형을 가지게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가 깊게 침투한 사회에서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경제 여건 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우리 내면 우리도 모르게 자리하고 있던 인간을 대하는 조건적 태도에 대해 꼬집어 주어 사람을 대하는 나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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