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의 영화 칼럼] 꿈의 반대편에 사는 그들의 여름 이야기

아름다운 삶을 잃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곳에서 무겁지만 가볍게,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않을 딱 그 곳에서 살아내는 것을 보며,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감과 한적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플로리다, 생의 활기를 품은 어린아이들의 모습에 감춰진 삶의 내막에 대해 어려풋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살아보지 않았어도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남는 것,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짙었던 여운과도 같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가닿을 수 없는 안정감과 평범함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이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다뤄지는 소재인 화려함 속에 숨은 공허함과는 또 다른 허전함과 피폐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8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 캐슬’에 사는 귀여운 6살 꼬마 ‘무니’와 친구들의 디즈니월드 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  (네이버 영화 줄거리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4719 인용 )  와 같이,  줄거리, 포스터만 확인했을 때는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어린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재미있는 영화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초점을 맞춰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과연 신나고 즐겁기만 한  아이들의 모습이었을까?

 

이 이야기는 어리고 귀여운 아이, 무니가 등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무니는 또래 아이들과 차에 침을 뱉는 등 짓궂은 장난을 치며 논다. 천진난만하고 밝은 아이지만 무니가 놓인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매직 캐슬'이라고 불리는, 무니가 사는 모텔은 저소득층 홈리스들이 매주 방세를 지불하며 머무는 곳이다. 무니와 무니의 엄마인 핼리도 예외는 아니다. 향수를 파는 등 잡다한 일로 빠듯한 생계를 유지하는 와중에도 옆 모텔인 '퓨처 랜드'에 머무는 친구 제시와 이곳저곳을 모험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무니의 말간 웃음과 활기가 슬픔과 참혹함이라는 감정을 끌어내는 과정이 무서울 정도로 흔적 없이 흘러갔다.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 바로 옆에 위치해있는 가난과 고통의 집합체와도 다름없는 매직 캐슬은 이따금씩 비추어지는 디즈니월드와 화려한 공간으로부터 완벽히 반대되는 공간으로 그려지며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이끌어낸다. 보는 내내 이 영화의 모든 요소가 무력감의 끝자락으로 밀어 넣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악순환'이라고 부르는 삶의 연속적인 굴레에서 헤매는 그들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낯선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현실을 가까스로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씩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흐름에 몸을 맡기지 못해 이리저리 쓸려가는, 핼리와 닮은 이들이 우리 주변에도 존재할지 모른다. 미국의 빈부격차와 홈리스, 그들이 처한 상황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덥고 햇볕이 강한 여름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무니의 여름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