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다은의 문학 칼럼]이범선의 '오발탄'에서 찾는 삶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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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된 고민이 하나 보인다. 바로 목표가 없어서 고민이라는 질문이다. 진로를 일찍 정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들을 볼 때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마치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기분. 내가 '오발탄'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 이것이 내 친구에게만 국한된 고민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공통적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오발탄'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을 '오발탄'이라고 여기는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을 얻어 보자. 

 

오발탄은 이범선이 쓴, 6.25 전쟁 이후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소설이다. 전쟁 후 황폐화라는 절망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삶의 태도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먼저 철호의 삶의 태도에 초점을 맞추어 보겠다.

 

오발탄의 주인공인 철호는 평생을 양심을 지키며 살아왔으나 힘든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전쟁 후 자신의 삶은 나일론 양말 하나 사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어머니는 고향을 그리워하다 정신이 온전치 않게 되었으며, 아내는 임신 중이다. 게다가 남동생은 복무 이후 취직이 안 되고 있고, 여동생은 생계를 위해 양공주가 되었다. 어떻게든 살긴 살아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그만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가장이므로 가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계속 가다가 더 멀리 와버렸다고 느낀 것 같다. 철호가 자신의 방향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택시를 타고서도 목적지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그저 가자고만 외치는 결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 철호를 택시 운전사는 ‘오발탄 같은 손님’이라고 평가한다. 철호 또한 자신을 오발탄이라고 여긴다.

 

주인공이 이러한 비관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된 것은 전쟁 후라는 시대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쟁이 멈춘 지 꽤 시간이 지났고, 전쟁의 상처를 딛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지금은 철호와 같은 사람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아직도 사회에는 철호처럼 자신을 갈 곳을 잃은 오발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 철호는 전쟁 후라는 것 때문에, 현대인들은 빠르게 발전해가는 사회에 자신은 도태되어 간다고 생각해서 자신을 오발탄이라고 여긴다. 과거에도 그런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특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친구들은 이런 감정이 더욱 크게 들 수 있다.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보자. 모든 탄이 정탄일 수는 없다. 아무리 사격수가 똑바로 쏘려고 노력해도 그날의 기온, 습도, 바람 등에 의해 탄은 의도한 바와 다르게 날아간다. 우리도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어떤 목표를 잡고 나아간다 해도, 나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 발을 조금만 틀게 해도 종래에 다다르는 목적지는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는 총알이 아닌데 이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총알은 목표물에 다다라 그 표적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총알이 오발 된다면 그 총알의 존재 가치는 없다. 반면에 우리는, 임마누엘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는 인간이다. 내가, 혹은 사회가 설정한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중간에 목표를 잃고 방황하여 끝내 처음 설정한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다 해도 우리의 존재 가치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나 자신을 목적으로 대우하기 시작한다면,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에 다다르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될 것이다. 마지막에 본다면, 비록 처음에 목표했던 곳은 아니더라도, 성숙해져 있고 많은 걸 얻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이유는 다르지만 같은 고민, 즉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역설적으로 전쟁 후의 삶이라는 비극적 상황의 전시를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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