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연의 사색 칼럼]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자기 죽음을 기억해라,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해라. 그러니 겸손해라. 시간을 좀 더 가치 있는데 쓰라는 이 말을 나는 ‘십 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다. 이 책의 작가는 어느 날 문득 이 말의 의미를 깨달은 걸까. 이렇게 일만 하다 우주 속으로 사라진다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일을 접고 좋아하는 천문학, 물리학, 수학책을 맘껏 읽으며 밤에는 별을 보면서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천문학을 통하여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는가를 깨닫게도 해주지만 또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우주를 읽으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작가의 말처럼 별과 우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별과 우주, 그 넓고 광대한 공간에서부터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더하여 나는 경이롭게도 인간은 단지 죽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고 역사를 남기며 기억 속에 남는 존재임을 말하고 싶다. (참고 ▶ 책 <십 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p.24>)

 

우리의 모든 기억은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다. 초고온, 고밀도의 한점에서 일어난 대폭발로 쿼크, 전자와 같은 기본 입자를 시작으로 먼지구름에서 최초의 별이 탄생했고 수천억 개의 행성과 은하들이 우주 속에 펼쳐졌다. 인간은 무궁무진하고 신비로운 별과 우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천문학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우주에 대한 생각은 곧 우주 속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과학자는 지구와 별, 우주에 대한 개념을 확립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한 노력으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 지구가 공전한다는 지동설 등 다양한 주장이 생겨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사람들은 우주의 섭리를 이용해 생활의 지혜를 얻고 삶에 이용해왔다. (참고 ▶ 책 <십 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p.26~30>)

 

 

별은 탄생 후 생로병사를 거쳐 다양한 원소들을 방출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별의 탄생과 죽음의 순환과정을 통해 우주로 방출되어 떠돌던 원소들이 또다시 새로운 별이나 인간의 생명의 씨앗이 된다. 즉 별의 잔해에 해당하는 원소로 지구와 인간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오랜 우주의 여정을 거쳐온 원소가 내 몸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렇게 인간의 존재는 별에서 비롯되었고 별과 인간은 뗄 수 없는 공존하는 관계라는 게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롭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뉴턴, 칸트, 갈릴레오 같은 많은 과학자가 우주에 대한 근원을 찾으려 하고 기억을 남겼던 것일까? 그들에게 떠오른 영감은 우주로부터 왔고 그 영감은 다시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주 속 인간을 미약한 존재로 표현한다. 나도 무심코 우주에서의 인간을 미약한 존재로 여겼다. 우주의 세월 속 내가 존재하는 것은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순간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는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주에서 바라본 인간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일지 모르지만,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기 위해 우주에서 어느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별보다 크기가 작다고 삶이 짧다고 그 가치를 미미하다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은 광대한 우주와 수많은 별 속에서 ‘생각’을 가진 존재이다. 별은 탄생과 죽음까지의 과정에서 생성된 원소들을 배출할 뿐 어떠한 것도 남길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에서 수많은 업적과 기억을 남길 수 있고 지나간 우주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유일하게 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가치는 엄청나다. 인간이야말로 우주에 필연적인 존재이자 경이롭고 기적 같은 존재이다. 

 

‘메멘토 모리’ 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자기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말은 어쩌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나타내는 말일지 모른다. 개인의 행복을 찾는 일도 좋고 세상의 가치를 찾는 일도 좋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우주의 광대함에 비해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꼈다면 이제는 자신이 이 광대한 우주에 필연적인 존재이며 운명처럼, 기적처럼 태어났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며 기억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일에 좀 더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어쩌면 별들이 탄생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모든 과정은 우주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필연적인 존재를 만들기 위한 숭고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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