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우의 가치 칼럼] 당신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요?

죽음의 가치에 대하여

남궁인 의사의 '만약은 없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나에게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응급의학과 의사 시점에서 본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평소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천년만년 살거라며 막연하게 생각했던 죽음이 가까이에서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맞는 말이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근처에 있고,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 뿐이다. 삶은 태어나고, 살다가, 죽는 것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삶’이라는 것을 완성하려면 죽음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인간은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죽음은 이에 속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인간은 여전히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죽음을 두려워하며 먼 미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죽음을 회피하고자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할 뿐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이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오늘'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두려워함으로써 우리는 하루하루 살 수 있는 나날들에 감사하며 생활할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형수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의미가 없을 것이고,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며 큰소리 치는 이해하지 못할 그 누군가는 하루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100년이고, 200년이고, 심지어는 1000년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너무 막연하기에 수많은 날 중 ‘오늘’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죽음의 두려움은 인간에게 삶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흘러가는 오늘 하루가,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소중한 하루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사람들은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멀쩡히 걸어 다니고, 방금 전까지도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갑자기 길을 가다 차에 치여 죽게 된다면 그때도 죽음이 멀리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은 정말 한 끗 차이다. 분명 1분 전까지도 같은 일상을 보내던 ‘산 사람’인데도, 1분 만에 갑자기 ‘죽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결코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이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오늘 내가 당장 죽을까 봐 걱정하며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죽음의 가까움을 인식함으로써 주변 사람을 더 많이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당장 내일 상대방이 죽게 되더라도, 당장 내가 죽게 되더라도, 상대방에게 후회하지 않을 말을 하고 진심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연히 어려운 일일 것이고, 불가능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정말 상대방이 죽는다면, 산 사람은 자신의 행동과 상관없이 모든 것을 후회하고 많이 그리워하겠지만, 분명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삶의 마침표는 오랫동안 인간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죽음을 통해 인간은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죽음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표현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언젠가는 다가올 소중한 이들의 죽음과 나의 죽음 전에, 한 번쯤은 죽음을 통해 ‘삶’과 ‘진심’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