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의 독서 칼럼] 이성이 잠들면 괴물들이 깨어난다

샤이닝 -스티븐 킹

우리에게 영화로도 익숙한 샤이닝은 사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아직까지도 호러 영화와 공포 소설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샤이닝은 단순히 재미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시사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 글에서, 이 책에서 던지고 있는 물음과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다. 


그림속에 인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그려낸 에스파냐의 화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들이 깨어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애드거 앨런 포의 [붉은 사신의 가면 무도회]의 한 구절과 함께 책의 첫머리에 수록된 이 말은 작가 스티븐 킹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나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샤이닝'은 고등학교의 교사이자 유망한 희곡 작가이기도 했던 한 가정의 온화했던 가장이 어떻게 유령들에게 잠식당하여 가족

들을 전부 죽이려 드는 무시무시한 미치광이 살인말로 변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섬뜩하게 여겼던 것은 유령들도, 살인마도 아닌 평범했던 사람이 이성을 잃고 괴물로 변했을 때 자신의 가족들에게 가했던 행동들이었다. 같은 사람이 맞는건가 싶을 정도로 소름끼치게 변화한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공포와 함께 의식이 잠든 인간의 본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이따금씩 책, 신문, 방송 등에서 보았던 '일가족 살인사건'과 같은 비인륜적인 범죄 행위들도 다시금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일어나는 장소는 추운 겨울, 외부세계와 단절된 오버룩이란 호텔인데 이 배경 또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배경은 고립감을 시사는데 주인공이 유령들에게 잠식당하는 과정에서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주인공에게 고립감과 답답함을 느끼게하는 폐쇠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 이는 우리의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현실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소외감을 유발시키는데 이는 인격을 파괴시키는 독소가 되어 이성을 마비시키고 괴물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오버룩이란 호텔에서 주인공이 유령에게 잠식당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샤이닝이란 소설은 얼핏보면 자극적이기만 한 단순한 호러 소설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내가 내놓은 이 해석이 터무니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티븐 킹이 그동안 쓴 소설들과 그 소설들의 깊이를 본다면 이 소설도 단순하진 않을 것이다.  이성이 잠들었을때 나타나는 인간 속의 괴물, 평소엔 이성과 의식에 가려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그 괴물에 대해 놀랄만큼 탁월하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말하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쉽게 유혹에 빠지는 굉장히 나약한 존재임을 잘 보여주고있다. 단순한 삼류적 공포가 아닌, 인간 내면의 심리와 관련된 진정한 공포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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