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의 인문 칼럼] 실정법이냐, 자연법이냐

안티고네를 읽고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 중 하나이다.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로부터 이어지는 것으로, 오이디푸스의 딸이 안티고네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눈을 찌르고 떠돌게 된다. 그리고 두 아들인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왕위계승 전쟁을 벌인다.  하지만 전쟁 중에 둘 다 죽게 되고 결국 삼촌인 크레온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는 에테오클레스의 편이었기 때문에 폴리네이케스를 반역자라 칭하고 그의 시신을 처리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동생인 안티고네는 그의 시신을 그냥 둘 수 없어 장례식을 치른다.  

 

 

[크레온 : 그런데도 너는 감히 그 명령을 어겼단 말이냐?

안티고네 : 제게 그런 포고령을 내린 것은 제우스가 아니니까요. 하계의 신들과 함께 사는 정의의 여신께서도 그런 법을 세우지는 않았어요. 저 또한 인간인 왕께서 내린 포고령이 신들의 법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하늘의 법은 어제 오늘 생긴 게 아니며, 그 법이 언제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는 한 인간의 의지가 두려워 하늘의 법을 어기고 신들 앞에서 벌을 받고 싶지 않았어요. (후략)1]

 

크레온이 안티고네를 잡아 왔을 때 안티고네가 한 말이다.  여기서 안티고네는 자신의 오빠를 장례도 치르지 못하게 한 법(실정법)에 대항한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의 시신을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포고를 내린 것은 신이 아니라 왕이고, 왕의 명령이 신들의 불문율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끝까지 하늘의 법(자연법)을 따르겠다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크레온은 자신의 아들과 아내가 죽고 나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슬퍼한다.  먼저, 나는 이 장면에서 왜 크레온은 이렇게 쉽게도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결국 그가 평생을 내세웠던 신념, 즉 그가 세운 법이 옳다는 생각은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서 그의 아들과 아내의 죽음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판단 중에서 법을 어긴 안티고네를 법대로 처벌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폴리네이케스에 대한 크레온의 판단은 사실 폴리네이케스는 진짜 반역자가 아니므로 옳지 않지만, 국민이 그 나라의 법을 따르는 것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기 때문이다.  

 

나라에 법이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혼란스러워짐을 막기 위함이 아닌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태규가와 캐퓰릿가의 싸움처럼 두 사람의 싸움이 그 자식의 자식까지 대물림되어 서로 복수를 하고 살인을 하는 아비규환을 막기 위해서 법이 있는 것이다. 만약 법이 없다면 우리는 결코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이 절대적인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가르침을 아테네의 청년들에게 전하다가 감옥에 가게 되었다. 그의 친구인 크리톤은 그를 구하기 위해 간수를 매수하고 도망치게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탈옥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크리톤과 논쟁을 벌이며 자신은 법을 따르겠다고 말한다.2 하지만 정말 법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일까? 

 

법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라 공정하지 않을 수 있고 옳지 않은 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을 규제해야 한다. 옛날에는 왕의 말이 곧 법이었지만, 근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들이 언제든지 법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정부에서 만든 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민주화 운동을 할 수 있고 시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에는 박근혜 정부를 탄핵한 촛불집회가 있었다. 이 촛불시위는 법으로 법을 제재하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국민들이 촛불시위 같은 합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무력을 사용해서 청와대를 공격하거나, 대통령과 최측근들을 암살하는 방법으로 법의 잘못됨을 주장한다면, 사회는 엉망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안티고네는 자신은 왕의 법(실정법)이 아니라 신의 법(자연법)을 따르는 것이므로 옳다고 말한다. 마지막에 크레온의 몰락과 반성으로 보아 소포클레스 또한 안티고네의 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법이 잘못되었을 때 그 진위를 판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지금 우리 사회는 법에 부당함이 있으면 충분히 법으로써 그 법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므로 자연법을 따르면서, 실정법을 따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실정법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어디까지나 실수와 잘못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럴 때 만약 실정법이 아닌 자연법을 따른다면 개인에게는 정의로운 일일 수 있겠지만, 다수에게는 정의롭지 못한 일일 수 있다.  법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 그런데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자연법을 따른다면 다수의 정의를 무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자연법보다는 실정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 인용 : 2007년 서강대 수시2-1 경제/경영학부 논술문제 문항3 [가]지문-소포클레스<안테고네>

2. 참고 :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파이돈.향연 6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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