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의 경제 칼럼] 메타버스 속의 경제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그 메타버스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가상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모호함과 익명성 때문일까? 그 안의 어떤 것이 특히 현실적인 경제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싶다. 게임 캐릭터나 게임 머니가 아니라 나의 아바타와 현실과 똑같은 경제 활동이 메타버스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지 알아보자.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단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1 아직 우리 가까이에 완전히 구현된 메타버스는 있지 않은 것 같지만 잘 나가는 SNS가 메타버스화 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정치인들도 메타버스를 이용해 무언가 해 보겠다 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높으니 메타버스 관련 회사들의 주가도 날로 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메타버스,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등교를 하게 된다. 메타버스 안으로 등교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나의 실제 몸은 집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나는 학교로 등교한다. 이때 메타버스 속의 나는 실제 나의 아이디를 가진, 누가 보기에도 나인 나의 아바타이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등교를 한다. 그렇게 되면 가상의 교실 안에 반 아이들이 모이게 되고 실제처럼 인사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수업 시간을 기다린다. 여기까지만 해도 각각의 우리에겐 많은 경제적 이득이 있다. 등교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거의 필요 없고 교통비도 들지 않으며 실제 옷감으로 만들어진 교복도 필요가 없다. 수업 시간이 되면 혜택은 더 많아진다. 세계 지리 시간에는 남극이든 태평양 한가운데든 직접 가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한국사 수업에는 독립군 체험 행사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것을 모두 집에서 잘 할 수 있으려면 그런 환경을 갖추어야만 한다. 아무래도 성능 좋은 PC와 원활한 무선 랜이 필요할 것이고 일일이 키보드를 치지 않으려면 우리의 움직임을 메타버스 안으로 보내기 위한 센서와 음성 인식 프로그램 등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런 시스템이 불편한 점이 많고 하드웨어의 구매 비용도 많이 들겠지만 아마도 곧 일반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메타버스 안에서 일어날 경제 활동들도 다양하다. 일단 화폐가 발행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이 화폐는 초기에는 실제 사회 속에서 사용하는 돈으로 구매하거나 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자체 내에서 수입과 지출이 일어나고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속옷 바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학교에 있는 내 아바타는 멋진 교복을 입히고 싶다. 비싼 교복을 구입할 화폐가 필요하다. 남극 탐험 수업이나 독립군 체험 행사의 참여에는 기본 수업료 이외에 추가 비용이 요구될 수 있다. 마음 맞는 친구들만 모일 수 있는 동아리방이 필요하다. 공용 공간이 아닌 이런 개인 공간은 아마도 메타버스에 일정 금액을 내고 대여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교복 코디네이션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 수가 엄청나서 시스템으로부터 광고를 제안받고 돈을 벌게 된다. 일정액을 가상 은행에 맡겨 놓았더니 은행에서 다른 메타버스의 인기 영상 저작권에 투자해서 투자 수익도 생기게 된다.

 

메타버스 안에서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똑같은 경제활동이 일어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필요한 것들이 있으니 사야 하고 만들거나 가져다 파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메타버스 내에 아바타 사이에 재화와 화폐의 이동이 일어날 것이고 메타버스 간 이동도 당연하다. 현실 사회처럼 부는 편중되고 계급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옳은가 혹은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는 지금 따지기에는 이미 시기가 늦었다. 메타버스라는 세상은 이미 많은 부분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혹시 모르고 생소해서 무언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누구나 치우침 없이 메타버스 속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나 법의 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잘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낯설고 겁이 난다. 이미 몇몇 영화 속에서 그려진 비인간적인 일상이 끔찍하기도 하다. 그러나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1999년을 살던 사람이 2000년이 되는 것을 싫어했다 해도 기어이 새로운 천년의 아침이 밝았듯 우리는 메타버스 속의 삶을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각주

1. 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226822&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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