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초 : 유나영 통신원]11월 달력사진찍기

매달마다 찍는 달력사진

우리 반은 매달 컨셉을 정해서 달력 사진을 찍는다. 3월부터 지금까지 달력 사진을 찍어서 교실에 전시를 해왔는데, 이번엔 11월 달력 사진을 찍었다. 11월 달력 사진 컨셉 그래프엔 여러 가지 항목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하나를 투표로 골라 달력 사진을 찍기 전날, 모두 준비해서 당일에 찍는 것이다.  

 

 

항목엔 유럽 축구 컨셉, 겨울 패딩 컨셉, 학생 독립운동 컨셉, 농업인의 날 컨셉, 빼빼로데이 컨셉이 있었다. 나는 학생 독립운동 컨셉을 선택했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역시 겨울 패딩이였다. 11월이 좀 쌀쌀한 날씨라고 해도 패딩 입을 정도는 아닌데, 게다가 11월 초인데 패딩을 입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투표 1위가 겨울 패딩컨셉이라 어쩔 수 없이 겨울 패딩 컨셉으로 찍어야만 했다.

 

찍는 당일, 난 패딩을 챙겨갈 수 없었기에 후리스같은걸 입고 등교했다. 패딩을 11월 초에 입고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몇몇 애들의 옷차림을 보니 패딩을 거의 다 입었다. 물론 나 같은 생각으로 나와 같은 겉옷을 입고 온 애들도 몇 명 보였지만 대부분이 숏 패딩, 롱패딩이었다. 우린 밖에 나가서 운동장 쪽에 모여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다. 이 컨셉은 겨울 패딩 컨셉이라 앞쪽엔 겨울 패딩을 입은 아이들이 서있었다. 난 겨울 패딩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뒤에 서 있었다. 하필 내 앞이 키가 큰애라 찍은 사진엔 내가 완전 가려지고  높게 들어 올린 손만 보일 뿐이었다. 

 

찍은 후 우리 모두 교실로 돌아왔다. 손 씻고 들어와서 선생님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시니 그제서야 내가 손만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1월 달력 사진에 내가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허무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겨울 패딩을 입고 나오지 않았던 거니까.  이제 12월 달력밖에 안 남았다. 그렇다는 건 이제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서 뭉클해진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우리 반 아이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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