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믿거나 말거나, 실제 달 암석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미국의 독특한 현대 미술가로 알려진 ‘톰 삭스’가 드디어 한국에서 전시회를 연다. 이번에 그는 아트선재센터, 하이브 인사이트, 타데우스 로팍 서울 등 서로 다른 분위기의 공간인 이 3곳에서 동시에 전시회를 열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이기에 각 전시를 어떤 방식으로 꾸며놓았을지에 대해 관심이 갔다. 이 3가지 전시회는 서로 다른 주제와 느낌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다 그 공간에 어울리는 테마로 컨셉이 정해져 있어 톰 삭스만의 예술세계의 여러 가지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중 한 곳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전시에 직접 다녀왔다.

그럼, 감상 후 개인적으로 느낀 매력 요소 2가지 정도를 소개해 보겠다.

 

 

우선, 이 전시에서 작가는 우주에 기반한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샴푸통, 우산, 지폐 등)의 특성을 독창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재료로 삼아 새롭게 배치, 구성하여 전혀 다른 느낌을 내는 작업 방식을 가진다. 특히 작업 방식 중 과정에서 드러나는 스케치, 본드 자국, 잉크가 흘러내리는 실수 등을 완벽하게 감추려고 하기보다 깔끔하지 않더라도 이런 모습 전부를 작품의 일부로 여기고 결과물의 완성 단계까지 남겨두는 점이 작가만의 스타일로 와닿아서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의도적으로 덕지덕지 붙여 깔끔하지 않은데다 많이 볼 수 있는 재료들을 투박하게 자르거나 붙여 작업했기에 어딘가 허술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섬세하고 디테일적인 면이 살아있어 굉장히 볼거리가 많은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전시가 꾸며져 있었다. 짧게 말해 ‘투박하면서도 섬세'하다. 어딘가 모순적인 이런 특성이 감상자가 가까이 들여다보고, 또 멀리 떨어져서 한번 더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는 것 같다.

 

 

두 번째는, 감상자가 작품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 관람에 앞서 사람들은 전시 내용과 관련된 130분짜리 영상을 보고 그의 세계관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전시 마지막에는 나사 ID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코너가 있어 테스트를 받기도 하고 어떤 미션을 달성하기도 한다. 그 상황을 어쩌면 누군가는 어이없는 쇼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그 세계관에 녹아들어 전시에 온몸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가 꾸며놓은 이 허무맹랑한 세계관이 얼마나 천재적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게다가 전시 소개에서 톰 삭스는 그가 우주에 다녀왔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전시된 암석이 달과 화성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확한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자신의 세계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실제로 우주 작업실 혹은 우주 기지에 있는 듯한 몽롱한 착각을 하게끔 만들어 결국 관객 또한 그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믿거나 말거나,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거나, 그것은 관객의 몫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의 상식을 온전히 내려놓고 환상적인 어떤 세계에 녹아들 기회는 많지 않다. 그것이 바로 예술의 의의이면서 톰 삭스의 전시회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이렇게 톰 삭스의 전시회를 보고 내가 느낀 점에 대해 소개해보았다. 그만의 작업 방식, 그리고 독창적인 전시 방식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준 작가 톰 삭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안타깝게도 '아트선재센터'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의 전시는 끝났지만, 9월 11일까지 열리는 ‘하이브 인사이트’에서의 전시가 남아있다. 위 글과는 어떤 다른 매력이 있는지 알아보며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