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서 어둠 속에 살아간다는 것은

잠재적 피해자인 여자들이 하루를 보낸다는 것


"저번에 이 시간대에 바바리맨 나타났었다는데…. 오늘은 없겠지?"


여고생들만 다니는 학교에서 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면 한 번씩은 밤 늦은 시간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려오던 내용이 나한테 찾아오진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 파주 여자고등학교 출신인 한성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정 모 씨는 "우리 졸업하고 나서 인문계 건물이 바뀌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구 인문계 건물을 후배들이 안 쓰게 된 것을 보면 다행인 것 같아. 우리가 쓰던 인문계 구 건물은 화장실이 인문계 바로 옆 건물에 따로 위치했는데 특별히 방범 장치들이 설치된 게 아니라서 몰래 화장실에 들어온 이상한 남자와 눈이 마주치거나 쓰레기통에 버려놓은 스타킹이나 여성용품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혼자 가기 위험했었거든." 이라며 과거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경북대학교 회계학과에 재학 중인 윤 모 씨와 한양대학교 실용무용과에 재학 중인 이 모 씨도 "야자가 끝나고 짐 정리를 하고 9시 20분쯤에 나오는데 실수로 버스비가 없어서 걸어가는 길이면 안 친한 친구라고 해도 발걸음을 맞추며 걸어가거나 전화를 스피커로 하고 뛰어갔어. 환한 낮에도 교실 창문 앞에 등장하는 바바리맨이 있는데 어두운 밤이라고 다른 위험이 없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조심히 다녔어"라며 "밤늦게 야자를 절대 혼자 못하는 거 알아? 같이 야자 하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없는 이상 정말 무서워서 혼자 계속 공부 못해."라고 학창시절 이야기를 전했다.


그 밖에도 "버스알림앱 깔아서 버스 시간에 딱 맞춰서 문 열고 달려가. 저번에 야자 끝나고 버스정류장에서 혼자 기다렸는데 남자분 혼자서 전화하면서 날 쳐다보고 있었는데 무섭게 느껴져서 그 뒤로 주의하게 되더라.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위협이 안될 거라는 보장도 없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주의하게 되는 것 같아", "밤늦게 문 열고 나오는 것도 무서워서 부모님께 전화해서 문 열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 "애들이랑 호신용 스프레이 만들었는데 친구가 모르고 얼굴에 뿌렸다가 아파서 난리 난 적도 있어." 등의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


물론 여자들만 다니는 여자고등학교나 중학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녀공학인 학교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올해부터는 야간자율학습을 진행하는 학교가 서서히 사라지니 위에 경험담이 자신이 되지 않을 거라고 안심할 수도 있겠지만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분들이나 여러 가지 일들을 마치고 부득이하게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갈 때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위험이다.



실제로 요새 트위터를 통해 급격한 관심을 끌고 있는 태그 '#이게 여성의 자취방이다.'는 자취 경험이 있는 여성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해시태그다.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사는 여자들이나 외부에서도 여성 대상 범죄 피해를 경험한 여성분들이 글을 올리고 공유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피해 여성분들은 말하고 있다.


하루의 기사를 보면 한 번 이상은 보이는 여성 피해 사례. 이제는 남에게만 일어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조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호신용 스프레이나 여성 전용 안전앱 등을 깔아두거나 저녁 늦은 시간 집에 들어갈 때는 항상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현재 위치를 말하며 가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실제 범죄자를 만날 경우의 상황을 늘 대비하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위험을 당하면 경찰이 도와주겠지….',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해주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는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


"세상 모든 일은 여러분이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일어납니다. (Everything in your world is created by what you think)" 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명언이 있다.


내가 예상치 못한 일이 나타날지라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대비를 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나의 일상의 안전이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피해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현재. 이제는 방관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나 자신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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