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서의 인문학 칼럼 2] 사람의 기억조작은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최근 상상을 초월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윤택해진 삶을 살고 있다. 그저 과학 공상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았던 복제 기술도, 유전자 변형 식품도 모두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를 넘어 섰는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아직 완벽히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기억조작과 관련된 이슈는 뜨거운 감자이다.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좋은 방법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나쁜 일에 악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목적의 의도와 관계없이 ‘기억'을 조작하고 변형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우선 기억은 역사와 동일시 된다. 우리는 짧고 긴 역사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며 발전한다. 전에 저질렀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뿐더러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는다. 방금 지나간 1분 1초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이 기억이자 역사를 조작한다면, 한 사람, 혹은 수많은 사람의 삶이 혼선을 빚을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은 각자가 자신의 것으로 간직하고 있는 머릿속 추억과도 같다. 그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함부로 조작해 추억을 훼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다. 현재로써 기존의 기억을 지우는 것은 아직 연구 단계이다. 그러나 없는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은 뜻밖에 쉽다는 발표가 있었다. 심리학 교과서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오기억(false memory)’은 생성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오기억으로 200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이 잘못된 기억을 가진 증인들의 증언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처럼 ‘기억조작’은 없는 기억을 조작해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질서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역사를 둘러싼 국가 간의 분쟁, 법적 효력으로서의 ‘증언’이 지니고 있는 기억의 힘은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뿐만이 아니라, 주체의 자아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자, 인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주요한 요소를 제공하는 기억은 우리에게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현상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재구성하고 조작 및 변형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칼럼 소개 : 언제나 옳음 만을 전할 수는 없지만, 공정성을 겸비함을 통해 함께 토론하며 옳음과 진리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