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기술, 제2의 세계를 그리다

시침이 없던 시계에 시침이 생겨 뒤로 돌아가고···

시침 없던 시계에 시침이 생겨 뒤로 돌아간다. 극의 전개 또한 과거로 돌아간다. ‘소리가 나자 벽이 유리가 되어 깨진다. 그림자들이 나타나 주인공을 압박하고 무대 속에서 보이지 않던 테이블이 등장한다. 318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모크>의 장면들이다. 뮤지컬이 무대기술과 배우의 연기, 연출, 노래, 극본의 융합예술인 만큼 무대 기술이 발전할수록 공연의 모습은 더욱 새로워지고 있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공연의 일부가 되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기도 하고 시간여행을 하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한국의 뮤지컬 시장에서 무대기술은 현재 어느 수준에 있을까. 여러 공연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무대기술의 힘을 보여준 <아리랑>

시간이 지난 지금도 무대기술의 힘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리랑>이다. 2015년 최초로 개막한 창작 뮤지컬 <아리랑>의 무대는 텅 비어있다. 무대 뒤 편 LED 스크린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곳곳에 극 도중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요소들을 숨겨놓았다. 첫 번째는 LED 스크린이었다. LED 스크린은 예상과는 달리 어떠한 직접적인 영상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꽃잎, 눈발 그리고 불길과 같이 추상적이면서도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아리랑의 서사적인 구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막강한 흡입력을 통해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 들도록 했다. 예를 들어, 만주의 휘날리는 눈발은 더 크고 빠르게 표현함으로써 일제를 피해 밀려난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상황을 극대화시켰다.

프로젝션 맵핑 또한 잊을 수 없었다. 프로젝션 맵핑은 대상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함으로써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저렴하며 또한 어떤 공간이든지 스크린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공연에서는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VR과 같은 증강현실을 대규모로 구성한다. 이 극에서 프로젝션 맵핑의 위력이 가장 크게 발휘되었던 부분은 만주의 마을이 일제에 의해 모두 불에 타버릴 때였다. LED 스크린이 함께 동원되었는데, LED 스크린 한구석에서부터 불길이 번져 오르면서 프로젝션을 통해 극장 벽면에도 불길이 타올랐다. 즉 무대가 극장 전체로 확장된 것이다. 그 효과로 관객들은 무대 속으로 끌어 당겨지며 불길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마음을 태우고, 아리랑의 애환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무빙워크는 뮤지컬의 단골요소 이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장면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여 시공간을 분리하고 역동적인 무대를 표현한다. <아리랑>에서는 죽음을 맞이한 인물을 무빙워크를 통해 이동시킴으로써 붙잡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이별을 나타냈다. 뮤지컬 <아리랑>은 올해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725일 앙코르 공연을 개막한다.

   

가상을 현실로, <영웅>

현재에도 전국 투어 공연 중인 뮤지컬 <영웅>은 이미 무대기술 관련 상을 여러번 수상한 이력이 있다. 화려한 수상 이력을 가능하게 한 주요 요인은 바로 3D 영상기술이었다. 하얼빈역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태운 기차가 들어오고 총을 든 한 젊은이는 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가 환대 속에 내리는 순간 총성이 울린다. 이 장면의 핵심은 바로 기차이다. 3D 영상기술을 통해 두 개의 프로젝션에서 스크린으로 기차의 모습을 쏘면 실제로 기차가 달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이토 히로부미를 태운 진짜 기차 또한 존재한다. 즉 기차가 달려오고 순식간에 스크린이 걷히면서 진짜 기차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 마술쇼와 같은 퍼포먼스를 통해 <영웅>의 암살 장면은 더욱 극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조명을 통한 왜곡, <스위니 토드>

조명 또한 무대기술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2016년의 가을을 뜨겁게 달군 <스위니 토드>는 화려한 조명이 그 특징이다.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붉은 계열의 조명이 다방면에서 사용되었다. 특히, 앙상블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단색 조명이 아니라 옅은 다양한 색채의 조명을 섞어 활용함으로써 복합적인 감정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화려한 레이저 조명은 또다른 볼거리이다. 번쩍이는 면도칼에 많은 수의 레이저 조명을 쏜 후에 관객석으로 다시 반사시키는데,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피부에도 느껴지는 듯한 면도칼의 섬광을 발견할 수 있다. , 레이저 조명을 포함한 얇고 강한 조명은 배우들의 얼굴을 가리거나 왜곡시킨다. 의도된 왜곡은 극 중 배경인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귀족문화와 산업혁명 속 부조리를 강조한다. 다양한 종류의 조명을 통해서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소극장의 위력을 보여주다. <스모크>

앞에 소개한 뮤지컬들과 달리 <스모크>는 소극장 뮤지컬이다.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만큼,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한 문제이다. 다소 복잡한 플롯을 진행하기 위해 <스모크>는 여러 대의 프로젝션과 무빙워크, 조명을 활용했다. 프로젝션의 활용은 매우 인상 깊었다. 벽면에 있던 시침 없는 시계를 프로젝션을 통해서 시침을 붙여 시간을 과거로 돌리고, 적은 배우의 수를 보완하기 위해 그림자를 만들어 새로운 인물들을 창조해내는 등 상상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무빙워크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의 핵심이었다. 무대의 다양한 곳에 새로운 소도구들을 숨겨두고 장면에 맞추어 등장할 수 있도록 해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도 필요한 소도구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조명은 공간의 분리에 큰 공헌을 했다. 거울을 표현하기 위해 설치된 특수유리로 앞에서 조명을 비추면 그 앞에 선 등장인물을 비췄고 뒤에서 조명을 비추면 거울 뒤에 서있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새로운 기술이 융합된 것이다. 또한 밝혀진 조명의 개수를 통해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포현하는 등 단순히 조명을 분위기를 조성하는 도구가 아닌 이야기의 흐름을 추상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스모크>는 무대 기술이 본래의 목적을 넘어 새로운 활용방안을 나타낸 지표이다.

 

이처럼 뮤지컬에는 점점 발전하는 과학 기술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무대 기술은 단순히 무대를 관객 앞으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관객석을 넘어서 확장시킨다. 과연 무대의 한계는 존재할까. 이제는 무대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모호한 듯하다. 현재 다양한 무대 기술 속에서의 무대는 관객과 극이 함께 숨 쉬는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 아닐까.

 

자료 출처

-http://www.sciencetimes.co.kr/?news=%EC%9E%85%EC%B2%B4%EC%98%81%EC%83%81%EA%B8%B0%EC%88%A0%EB%A1%9C-%ED%99%94%EB%A0%A4%ED%95%B4%EC%A7%84-%EA%B3%B5%EC%97%B0-%EB%AC%B4%EB%8C%80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sshin0403/168677445

-http://entertain.naver.com/read?oid=421&aid=0002628595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