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정의 독서 칼럼] 오베라는 남자-까칠한 남자 오베가 선사하는 감동 이야기

 

심술궂은 표정을 하고 있는 이 남자.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책 표지의 주인공은 바로 까칠하다고 소문난 오베라는 남자이다. 사람에게는 모두 제 역할이 주어져 있고, 모든 원칙과 규칙들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 오베는 이웃들로부터 '까칠하다', '융통성이 없다' 라는 말을 항상 듣는다. 그는 매일 마을을 순찰하며 모든 시설물들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무언가 문제라도 있으면 마을 사람들에게 원칙을 따지며 화를 내는 일상생활을 한다.

 

그는 모든 것이 교환 가능한 것인 양, 마치 헌신이 아무 가치가 없는 양 인생을 살아가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물건을 너무 자주 바꾸는 나머지 물건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하는 전문 기술이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됐다. 누구도 품질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오베는 왜 그렇게 유난히 까칠한 걸까.

늘 심술만 부리는 오베에게도 사실 아픔은 있었다. 오베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직한 삶을 살아가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무시와 피해, 짓밟힘 뿐이었다. 톰이라는 작자가 아버지가 오베에게 물려준 시계를 훔쳤던 그 순간, 오베는 짓밟혀지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오베는 그 때붜 계속 원칙을 중시하는 삶을 살았다. 세상에는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원칙을 무시하는 사람들,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작가는 오베의 목소리로 사람들을 비판했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 실제 현대사회를 둘러보아도 부당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주변에 매우 많다.

 

오베는 그들과 싸웠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아내 소냐를 위해서도 싸웠다. 그러다 소냐를 잃은 그 순간, 오베의 삶은 멈춰버렸다. 그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내를 잃게 되자 그는 무력감에 빠져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된다.

과거에 대한 슬픔과 현실에서의 무력감에 몸부림치던 오베는, 그를 귀찮게 하는 부탁을 일삼지만 진정으로 그를 대했던 새로 이사온 마을 사람들로 인해 차츰 바뀌게 된다. 그 중에서도 이웃집에 새로 이사온 외국인 임산부 파르바네는 오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던 따뜻한 마음을 일깨워주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오베가 그렇게 까칠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다른 사람들 눈에 '까칠한 모습'으로 보였을 뿐이다. 그 사람들은 오베가 지녔던 과거와 아픔, 오베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알지 못하고 그저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만 오베를 바라봤다. 문득 나 자신도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었던 오베처럼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울 수 있었다.

여전히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었지만 이웃 사람들을 도와주며 조금씩 달라지는 오베의 모습을 보자 감동이 밀려왔다. 책에는 오베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재치있고 유쾌한 말로 잘 표현되어 있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명언처럼 빛나는 말들도 담겨 있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까칠한 남자 오베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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