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의 문화 칼럼]키보드 위의 살인마, 악성댓글

악성 댓글에 무방비로 난도질 당하는 연예인들의 울음

지난 10월 14일 에프엑스의 전 멤버이자 연기자로 큰 사랑을 받았던 연예인 '설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었다. 설리의 사망은 곧 자살로 판명되었고,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슬픈 선택을 한 설리에게 많은 애도의 물결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연예인을 향한 무분별한 악플에 대한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평소 설리는 악플이 많은 연예인으로 유명했다. 자신의 인스타에 올리는 영상들,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언행까지도 설리가 했다하면 모든 것이 자극적인 기사가 되고 이에 화답하듯 설리의 기사에는 항상 악플이 가득했다.

 

마냥 해맑기만 해도 아름다울 꽃다운 나이에 그녀를 죽음까지 몰고 간 악플. 악플로 인해 사망한 연예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다양한 작품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최진실은 극심한 악플에 결국 자살을 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악플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사례는 없었기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사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수 샤이니 종현 역시 오랜시간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반복되는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선택에도 왜 우리나라에서는 악플이 사라지지 않을까. 

 

그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특징에 있다. 바로, 직접 그 사람을 대면하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과 익명성이다. 현재 대부분의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남길 때에는 자신의 닉네임이나 아이디만 표시될 뿐 그 사람의 본명이 표시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자신의 아이디가 표시되는 경우에는 그 아이디 조차 완벽하게 표시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를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마음에 안드는 연예인이 있다면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험한 악플을 마구 쏟아내는 것이다. 더군다나 실제로 대면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져 그 사람에 대한 욕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말도 안되는 루머를 퍼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는 비록 익명으로 글을 남길 지 몰라도, 그 악플을 보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악플 자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악플을 남긴 사람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혹시 저 사람이 나에게 악플을 남긴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며 결국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서워지고, 혼자만 있다가 우울증이 심해지면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연예인들의 악플로 인한 자살로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설리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댓글을 남기는 사람의 아이디 전체가 공개되고, 아이피까지 공개하는 법인 '설리법'을 발안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명만을 사용할 수 있는 페이스북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실명을 걸고 악플을 다는 그들에게 과연 아이디 전체 공개와 아이피 주소 공개가 정말 연예인들을 향한 무자비한 악플을 막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악플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했다는 점과, 저러한 법들이 발안되고 계속 개정됨으로써 점차 악플러들에 대한 제재가 강력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모두에게 사랑을 받지만, 그만큼 모두의 적이되어 그 모든 악플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연예인.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댓글을 달고, 악플을 달지만 그들에게는 그 모든 댓글 하나하나가 화살로 돌아와 도저히 나을 수 없는 상처를 만든다.

 

더 이상은 아름다운 별들이 지지 않도록, 그들의 아름다운 청춘이 악플과 우울로 점칠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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