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의 시사 칼럼] 뉴미디어 : 모호해지는 사실의 경계

뉴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모호해지는 사실의 경계, 우리 태도의 지향점

요즘의 안타까운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기사의 제목만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SNS상에서 차고 넘치는 수많은 정보의 양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일 수도 있다. 특히나 요즘의 뉴미디어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인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빠른 방법으로 정보를 생성할 수 있음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잘못된 프레임을 구축하고, 잘못된 정보를 수용하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또한, 한국 언론 진흥재단의 통계 조사에 따르면 언론사를 확인하고 인지하는 과정을 거치는 사람은 28%에 불과하다. 근래에 들어 뉴미디어가 활발히 발달함에 따라 글 작성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유사 언론이 많이 생겨났으며, 그 세력들이 별도의 자본을 요구하지 않는 SNS와 같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가짜 정보를 생산 및 유통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즉, 확고한 존재였던 ‘사실’이 여러 가짜 뉴스로 인해 점점 모호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언론사를 인지조차 하지 않으며 기사의 제목에만 관심을 두는 현재 상황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언론사를 인지하고, 기사의 출처를 의심하는 것은 ‘팩트 체크’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듯 보인다. 이는 SNS의 특성과 관련하여 고민해 보아야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SNS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뉴스가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게 할 수 있다. SNS상에서의 광고 활동, 다른 누군가가 누른 "좋아요" 등은 가짜 뉴스의 노출 횟수를 증가시키며, 참여를 유도한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를 진실이라고 믿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정보 수용의 과정에서는 뉴스 출처에 대한 정보만큼이나 누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뉴스를 선택했는가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Messing & Westwood, 2014).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트위터의 ‘리트윗’ 횟수는 그 기사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선택했는지를 가장 쉽고, 단편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용자에게 가짜 뉴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앞서 말한 사람들의 안일한 태도는 가짜 뉴스가 더욱 치명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단어가 있으니, “필터 버블” 이다. 이는 인터넷 사용자가 자신의 정치적, 문화적 취향의 막에 분리되어 버리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웹사이트의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에 기반하여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즉 알고리즘에 의해 반대 성향의 글과 새로운 분야의 뉴스가 여과되며, 접촉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요즘은 가짜 뉴스로 인한 자발적 필터 버블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짜 뉴스는 가짜 뉴스가 진실이며, 진짜 뉴스를 가짜라고 인식하게 만든다. 특정 사실에 대한 초기의 프레임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요즘은 과도한 양의 정보가 제공되면서 뉴스 이용에서 독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독자가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기사만을 선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보니 한 번 가짜 뉴스에 의해 잘못된 프레임이 생성되면 그 프레임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필터 버블이 진행되게 된다. 본인이 믿고 있는 ‘가짜’ 사실에 대해서만,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수용한다. 그러니 현대에서 허위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수역 폭행 사건’을 떠올려보자. 수많은 언론이 해당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하였으나, 그에 대한 올바른 분석을 진행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있던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쓴 경우가 대다수였거니와 대부분 폭행이라는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남녀 대립’ 구도를 강조한 기사를 작성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사를 작성하고, 그 기사가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많은 거짓 정보가 양산되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기사의 댓글을 확인해 보면 와전된 정보로 인해 분노한 사용자들이 남긴 다수의 ‘혐오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대립을 완화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그 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이런 언론사들을 무조건 비판하기엔 우리의 책임이 너무 크다. 자극적인 것만을 쫓는 것은 우리가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 언론사 또한 쏟아지는 기사들 사이에서 살아남고자 의도적으로 가짜 뉴스를 이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수백 개의 언론사가 존재하며, 뉴미디어를 통해 언론에 쉽게 접근 및 선택할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언론은 살아남을 수 없다. 아무리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더라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면 그 어떤 성과도 이루어질 수 없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미래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자극적이고, 간편한 것만을 찾는 현재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무엇이 진짜인지, 어떤 정보를 수용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Z세대는 SNS와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글보다는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실제로 요즘에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이미지 기반의 SNS가 강세를 보인다. 이런 추세에 적응한 것인지 가짜 뉴스 또한 교묘하게 조작된 ‘영상’과 ‘이미지’의 형태인 ‘딥 페이크(deep fake)’로 진화해 가는 모습은 실로 놀랍다. 그러다 보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된다. 단순히 매체를 수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평가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특히나 Z세대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 될 것이다.

 

 

딥 페이크처럼 가짜 뉴스는 점점 더 진화할 것임이 틀림없다. 때론 진실과 거짓을 섞은 교묘한 수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으며 언론사가 도움을 주어야 함이 당연하다. 언론사는 더욱더 철저한 검증과 팩트 체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수역 사건 때처럼 이미 드러난 것만을 베끼는 태도는 유사 언론과 다를 바가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올바른 쟁점을 찾아 그 부분에 대한 보도를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팩트 체크’라고 하는 것은 수용자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다. 상호작용성이 기반이 되는 뉴미디어의 세계에서 팩트 체크는 제작자에게도 주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 해당하는 수용자들은 그런 ‘진짜’ 언론사들을 지지하고, 가짜 뉴스를 배척하고자 하는 태도를 함양해야만 한다.

 

마셜 맥클루언은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체계를 이루고 있으며 어떠한 세계를 구성하며 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메시지가 미디어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라는 해석을 좋아한다. 즉, 특정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소통 체계적 특징이 그 미디어 자체의 메시지라는 의미인데, 이 해석은 우리의 소통체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 정보의 전달 과정을 다시 생각해보면 SNS,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를 통한 전달의 빈도수가 크게 높아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뉴미디어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뉴미디어 그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뉴미디어는 언제든지 새로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SNS나 웹사이트처럼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는 과정을 통해 언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더 많이 노출되게 하기도 한다. 또한 상호소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잘못된 정보에 대한 프레임이 강화되기도 쉽다. 댓글이나 메신저와 같은 상호소통 행위들이 모두 가짜 뉴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겁만 먹고 있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사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제 현재의 소통체계에서 내가 믿는 모든 것이 언제나 진실이라고 생각하기란 어렵다. 또한, 모호해지는 사실의 경계는 가짜 뉴스가 우리에게 더 깊숙이 스며들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모호한 사실의 경계야말로 뉴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일 것이며, 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이다. 다행히도 여전히 뉴미디어의 메시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그 소통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이고, 뉴미디어의 메시지가 가짜 뉴스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 모호한 사실의 경계를 극복해 내는 것,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팩트 체크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있다. 이제는 정말로 사실이 자신의 경계를 침범받지 말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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