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수의 생명과학 칼럼] 미래의 생명과학 및 의료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코딩 지식은 꼭 필요하다!

코딩 지식의 중요성과 그 조기교육의 필요성에 관해서

오랜 논란 끝에 2018년부터 중학교 1학년 과정에, 2019년부터는 초등학교 5, 6학년 과정에, 2020년부터는 중학교 모든 과정에 각각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과목이 의무화되었다. 이에 따라 중학교에서는 정보 과목에서 34시간 이상을, 초등학교에서는 실과 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의 해당 교육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정작 학교 일선에서는 이런 교육을 수행할 전담 교사가 부족하여 겉핥기식 교육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매일경제 2019년 6월 19일 자 A섹션 04면 “초중등 SW 교육 의무화…교사 없어 수업 못해” 기사 및 한국경제 2020년 3월 3일 자 A29(사회)면 “올해부터 초·중학교 SW 교육 의무화” 기사 각 참조).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 부분인 코딩 교육이 비단 IT 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여타 산업, 가령 생명과학 산업 혹은 의료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아울러 그런 교육의 필요성을 제대로 충족시키려면 현재의 기준보다 더 빠른 시기에 어린 꿈나무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이 이루어져야 옳다는 점을 이 글에서 주장하고 싶다.

 

먼저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필자는 현재 엄청난 수준의 컴퓨터 지식이나 놀라운 코딩 실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다. 오히려 그 반대쪽에 가까운 면이 없지 않다. 고등학교의 빡빡한 시간 속에서 필자 딴에는 아주 큰 마음을 먹고서 학교의 정규 코딩 수업을 수강했는데, 시기적으로 너무 늦게 시작하여서인지 아직 코딩언어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뜻밖에(?) 코딩 실력이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하였던 어떤 외부행사에 나갔다가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좌절을 맞보았다. 그렇더라도 그런 노력과 실패 과정에서 필자는 더 큰 배움을 얻었다. 다름 아니라 코딩 교육이 이제는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고, 필자처럼 고등학교에서 늦게 시작할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일찍 교육을 받았더라면 여러모로 수강생에게 효과적인 교육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둔 고교 생활의 시간적 압박 속에서도, 필자는 큰마음을 먹고 ‘AP 컴퓨터과학(AP Computer Science)’ 과목이란 학교 수업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하였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언제 한번은 컴퓨터에 관해 제대로 된 지식을 쌓고 아울러 코딩에 관해서도 수업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을 계속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바람을 가지게 된 것은, 만약 현대판 ‘알라딘 램프’가 있다면 컴퓨터가 바로 그것이고, 컴퓨터 안의 ‘마법사 지니’를 내가 원하는 일에 제대로 부리기 위해서는 코딩이라는 언어를 통해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마법사 지니를 자유롭게 호출하여 부리는 것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자바(Java)나 파이썬(Python) 등 코딩언어를 배우고 하나씩 실습해보는 것은 역시나 기대한 대로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지만, 무엇보다 바쁜 고교생활 속에서 턱없이 부족했던 코딩 수업 시간의 한계로 코딩 수업 후반부로 갈수록 충실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꼼꼼한 반복학습이 제법 중요한 코딩 교육의 특징을 고려할 때, 만약 나처럼 고교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나 초등학교, 아니 그것보다 더 일찍 코딩교육을 시작했더라면 훨씬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조기교육을 하면서도 지나친 컴퓨터사용으로 인한 중독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어린 학생들을 적절히 보호하는 보완조치는 필요할 것이다.

 

 

코딩 수업에서의 아쉬움을 채 잊어버리기도 전에, 얼마 뒤 나는 다소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학교 대표로 본선까지 올랐던 모 외부행사는, 원래 코딩 지식과는 무관한 행사였다. 그럼에 불구하고 그날 본선에서 내게 주어진 문제는 정말 뜻밖에도 코딩 지식이 핵심적인 열쇠가 되는 과제였다. 즉 모든 참가들에게 주어진 아두이노(Arduino) 보드와 노트북, 그리고 자동차 부품을 가지고 각자가 적절한 코딩 작업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표준형을 제작하는 과제였던 것이다. 이미 학교에서의 코딩수업을 통해 익힌 기초지식을 활용해서, 나는 아두이노를 효율적으로 구동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텍스트 명령어를 짜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가령 아두이노 쉴드에 모터를 연결하는 것과 관련해서 ‘analog Write(E1, value)’부분의 value값으로 0부터 255중 어느 숫자를 집어넣어야 최적의 모터 회전이 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사전에 충분한 코딩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 행사의 결과발표에서 나는 원하던 결과를 얻지는 못하였다. 당장은 실망스러웠지만, 그곳에서 내가 문제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은 ‘코딩 지식이 그야말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코딩 실력이 단지 컴퓨터 정보통신 분야 전문지식을 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마치 글쓰기나 말하기 능력처럼 어느 직종에 종사하던지 반드시 필요한 공통의 기초지식이 되어가고 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그런 혁명이 가능하게 해줄 핵심기술이 정보통신기술이고, 그런 정보통신기술은 코딩 기술 없이는 전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가령 의료 분야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현재도 벌써 MRI 기기와 같은 복잡한 의료기기는 코딩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없이는 전혀 그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질 미래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병증을 진단할 수 있도록 웨어러블(wearable) 의료기기가 활성화되고, 빅데이터 분석기술에 의해 인공지능이 의사 대신 질병을 진단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미래 상황이 구현되는데 코딩기술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의 생명과학 및 의료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코딩 지식은 꼭 필요하다!

 

또한, 코딩 학습은 처음의 생경함만 넘기면 이내 정해진 규칙에 따라 명령을 짠 다음 그런 명령의 결과를 직접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중등 학생들이나 더 어린 학생들의 학습의욕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성질이 있으므로 조기교육이 유리하다는 사실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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