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이의 독서 칼럼] 청춘과 사랑과 오토바이

아름다운 죽음이 있다면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죽으면 어떻게 될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저마다의 상상을 펼쳤을 것이고, 저마다의 정의를 내려보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 명은 남학생 재준, 다른 한 명은 여학생 유미이다. 둘은 각별한 친구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동급생이다. 둘은 서로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어느 날 재준은 오토바이 사고로 16살에 생을 마감했다. 유미는 돈독한 관계로 인해 그의 부모님만큼이나 큰 충격에 빠졌다. 재준이가 죽은 며칠 뒤, 그의 어머니는 유미를 찾아와서 그가 그동안 써왔던 파란색 표지의 일기장을 보여주었다. 그 일기장은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유미가 재준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 일기장의 첫 장에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고, 유미는 용기를 내어 일기장을 읽어가며 재준이의 지난날을 추억했다. 자신이 몰랐던 재준이의 속마음을 눈으로 읽어가면서, 그녀는 무척 놀랐다. 재준이가 죽음의 원흉인 오토바이에 다가간 이유, 그것은 '짝사랑'이었다.

 

사랑,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 중 하나이다. 사람이 살면서 죽음에 대하여 한 번은 떠올려 보듯이, 살면서 한 번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중학생 재준이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한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사랑한 것이다. 가끔 학생일 때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나이 때에는 사랑에 목숨 걸지 말고 학업에 열중하라며 따끔한 충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재준은 그 학생만 만나면 긴장되고,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좋아했다. 그녀는 재준에게 큰 관심이 없었음에도, 재준은 어쩌면 일방통행일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간직했다. 우연히 재준은 그녀가 오토바이를 멋지게 타는 사람이 그렇게 멋있다고 말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들었다. 원래 소심하고 겁쟁이인 성격의 그는 내적 갈등에 빠지지만, 이내 오토바이를 타보기로 했다.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무섭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까짓 무서움은 별거 아닐 거라며 스스로 다독이고 오토바이를 몰았다. 그리고 그는 심야의 시간에 아무도 없는 도로 위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가치임에도, 무서운 힘을 지닌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두근거리고,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를 지니게 된다. 어쩌면 사랑이 천연 각성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위험할 수 있지만, 배척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남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선생님들은 가끔 우리에게 '오토바이'를 언급한다. 우리 학교에서 몇 명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고,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대강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절대 오토바이를 타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나의 인식도 그와 다를 바 없다. 오토바이는 죽음을 쉽게 부르는 아주 무서운 기계이다. 그런 것에 손을 댔다가 자칫 목숨을 잃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주변에 아주 큰 민폐를 끼칠 것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지니고 있다. 그런데 재준이의 행동을 보고 조금 생각을 고치기로 했다. 비록 나는 재준이처럼 사랑에 목을 맨 적은 없지만, 그의 행동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의 죽음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며 괜찮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죽음 이후에 벌어질 일은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평소에 얌전했다는 그 재준이가 오토바이를 몰고 세상을 떠났다니. 재준의 죽음은 그의 가족을 시작으로 여러 사람의 마음에 슬픔과 상처를 가져다 주었고, 조문을 오는 주변 사람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원래 죽음 이후의 일이란 어둡고, 칙칙하고, 무거운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열망하던 그의 행동에서 비롯된 죽음을 남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죽음이라고 치부하면 안 된다. 그것은 '남의 눈'으로 한 사람의 죽음을 바라본 감상이다. 재준이의 입장에서, 아무리 무섭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여 오토바이를 잘 타고 싶었던 그 순수한 감정에 돌을 던지고 싶지 않다. 위험한 행동이었고 결과는 참담했지만, 나는 그의 죽음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싶다. 한 편으로는, 순수히 사랑을 추구한 한 남학생의 죽음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재준에게 바치는 구절을 적어보며, 글을 마친다.

소년이여, 그대는 순수함을 좇아 앞으로 나아갔고, 오토바이처럼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그 마음만큼은 비난할 사람이 없었으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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