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현의 드라마 칼럼10] 웰메이드 사극의 저력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

지난 7월 26일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가 최고 시청률 6.3%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는 2007년 30%가 넘는 시청률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태왕사신기', '사임당 빛의 일기', '이몽' 등을 연출하며 사극 드라마 피디로서의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 온 윤상호 피디와 1999년 최고 시청률 63.7%를 기록하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드라마 '허준'의 주인공인 배우 전광렬의 의미 있는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바람과 구름과 비'는 사극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인 왕과 세자, 왕과 왕비, 단순한 궁궐의 이야기가 아닌 고종과 흥선대원군, 명성황후가 존재하던 조선 후기,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한 남자를 소재로 삼아 드라마로 풀어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역술가이자 중요한 킹메이커 역할을 한 드라마의 주인공 최천중(배우 박시후)은 실존 인물은 아니다. 권력을 놓고 다투었던 역사적 사실 뒤편에 우리가 모르는 킹메이커가 있을 거란 작가의 상상에서 출발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요즘 현대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명리학을 주제로 킹메이커라는 역할을 만들어낸 것에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시청자들과 언론이 드라마에 주목했던 점은 신선한 소재도 있었지만 드라마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특별출연했기 때문이다. 먼저 요즘 '동상이몽'에 출연하며 인기리에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개그우먼 홍현희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이쓴이 사기꾼 보부상 부부 역할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출연 회차가 방영하기 전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미스터 트롯 출연자들의 특별 출연으로 시청률이 오르기도 했다. 가수 장민호, 영탁, 임영웅, 이찬원은 각각 관료와 평민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하여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또한 '바람과 구름과 비'는 배우 고성희의 발전된 연기력도 주목받는 드라마였다. 지난 2014년 MBC 드라마 '야경꾼 일지'에서 야경꾼 도하 역을 맡으며 첫 사극 주연에 도전했던 배우 고성희는 당시 사극에 걸맞지 않은 말투와 아쉬운 대사처리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씁쓸함을 맛보아야 했었다. 하지만 6년 후 안정된 사극 발성과 대사 처리, 발전된 연기력으로 사극 주연 자리를 다시 되찾았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은 고성희는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 듯 극이 진행되는 내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중 자신이 낳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했던 장면과 천중(배우 박시후)을 구하기 위해 옹주의 모습을 드러냈던 장면은 아직까지도 시청자들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는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드라마였다.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을 하여 만족스러운 시청률을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치열했던 당시의 권력투쟁과 사극에 최적화된 명품 배우들의 명품 연기,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까지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며 잘 만들어져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나타내는 말인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었다. 과도한 허구성과 연기력 논란으로 사극에 대한 기대가 많이 낮아진 요즘,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같은 웰메이드 사극이 시청자들을 하루빨리 다시 찾아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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