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시사 칼럼] 블랙페이스 논란: 샘 오취리는 사과해야 할까

경기 의정부 고등학교의 졸업 사진들은 유쾌한 분위기와 눈에 띄는 분장으로 해마다 화제가 된다. 그중에서도 올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졸업 사진은 단연 '관짝소년단' 패러디였을 것이다.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장례를 마치 축제처럼 치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관을 메고 춤을 추며 이동하는 아프리카 장례 행사팀의 영상이 알려져 큰 화제를 모았고 일종의 '밈'이 되었다. '관짝소년단'은 '관'과 '방탄소년단'의 합성어로, 이들이 방탄소년단처럼 '칼군무'를 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의정부 고등학교의 일부 학생들이 이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해 졸업 사진을 찍었는데,  복장뿐 아니라 피부색까지 따라 하기 위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졸업 사진을 찍은 것이 화근이었다.  샘 오취리가 자신의 SNS 계정에 "참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웃기지 않습니다!!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라고 글을 올려 이를 비판한 것이다. 

 

 

샘 오취리가 문제 삼은 부분은 '블랙페이스'다. 이는 원래 흑인 분장을 하고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극장 공연 형식을 일컫는 말이었다.  피부를 검게 칠하고 입술을 두껍게 그리며 곱슬머리 가발을 쓰는 등의 행동을 가리키는데, 오랫동안 미국에서 각종 공연이나 만화 등에 전형적인 흑인 이미지로 나타나 왔다.  이후 민권 운동의 전개와 함께 블랙페이스가 쓰인 공연을 거부하는 캠페인이 벌어졌고, 현재  '블랙페이스'는 엄연한 인종 차별 행위로 인식되며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인용-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창비, 2019, p.85-86)

 

그런데 샘 오취리의 비판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다소 적대적이었다. 너무 과민 반응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웃자고 한 일인데' 고등학생들에게 지나친 비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 "그럼 얼굴에 분칠하는 건 백인 비하냐"라는 댓글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비난 여론이 일자 샘 오취리는 직접 해명과 사과를 했다. 

 

그러나 과연 샘 오취리가 사과해야 할 문제일까? '블랙페이스'에 대해서 '차별할 의도가 없었다'라거나 '웃자고 한 일이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권 사람들이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하면 우리가 기분이 나쁜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차별과 차별이 아닌 행위를 결정짓는 것은 제삼자의 판단이나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쾌감을 느낀 사람이 있는지고, 그게 '얼굴에 분칠하는' 게 '백인 비하'가 아닌 이유다.  어떤 행위가 차별이라고 절대적으로 규정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행동이라도 직전의 상황이나 행위자에 따라 차별이 될 수도, 차별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별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때로는 매우 모호하고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얼굴에 분칠하는 건 백인 비하가 아니면서 검은 칠을 하는 건 흑인 비하냐'라며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불쾌했을 수 있겠다'라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웃자고 한 일'에 누군가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나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더라도 그 행위를 돌아보고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 하물며 전 세계에서 인종 차별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블랙페이스'의 경우는 어떨까.  이 점에서 "영상을 패러디했을 뿐 차별 의도는 없었다"는 의정부 고등학교 측의 해명 역시 적합한 대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정도 사과도 없는 변명의 되풀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불쾌했다는 사람이 앞에 있는데도 차별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의 인식을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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