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의 독서 칼럼] 85명의 재산= 3500000000명의 재산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인류가 가장 진보한 시기인 현대지만, 아직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더러운 음식을 먹고 병에 걸리거나 그마저도 얻지 못해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주의는 정말 인류가 지향해야할 최고의 사상이 맞는것인가? 유엔인권자문위원 장 지글러와 장 지글러의 손녀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진 이 책은 장 지글러와 네슬라의 회장인 페터 브라베크 레트마테가 자본주의를 가지고 논쟁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네슬라의 회장 레트마테는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주장을 인용하며 자본주의를 찬양한다. 브레흐만은 이렇게 주장한다. "세계 역사의 거의 99퍼센트에 해당되는 기간 동안 인류의 99퍼센트는 가난해서 배를 곯았으며 불결했고 두려움애 떨었으며, 야만스럽고 추한데다 질병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지난 200년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리 가운데 수십억 명은 부자가 되었고, 잘 먹고 청결하며 안전하게 살게 되었다. 심지어 얼굴까지 매우 멀끔해졌다. 우리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조차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풍족함을 누리고 있다". 장 지글러는 이 주장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드러낸다. 그는 오히려 그 정반대가 사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생산 방식은 무수히 많은 범죄를 낳는다. 의학이 이미 정복한 질병에도 치료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수만 명의 아이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 현 인류의 두 배 정도를 배불리 먹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식량들은 부자들의 뱃속으로 들어가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당장 한 끼 먹을것도 없이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자본주의가 낳은 살인적인 빈부격차는 이미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장 지글러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를 '식인 풍습'으로 부른다. 그는 극히 적은 소수를 위한 풍요와 대다수를 위한 살인적인 궁핍을 식인 풍습이나 다름없다고 본 것이다. 그 정도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는 85의 숫자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85는 85명의 억만장자들을 뜻한다. 그렇다면 과연 전 세계 85명의 억만장자들이 가지는 부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그들이 가진 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35억'명이 가진 부와 맞먹는다. 관광버스 한 대에도 다 탈 수 있는 인원의 사람들이 지구의 절반 정도 되는 사람들의 부와 맞먹는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우리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더 고상한 삶을 살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 소수들의 고상하고 개선된 삶이 수많은 빈곤한 자들의 궁핍이 바탕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자본주의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할 수 있도록 완벽히 개선되기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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