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민의 언론 칼럼 3] 필터버블, 개인 맞춤형 뉴스에 갇힌 세상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시대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여러 정보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우리는 이곳을 헤엄치며 웹 서핑을 계속한다. 과거에는 다양한 정보들 중 내가 필요한 것을 일일이 검색하고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AI가 빅데이터를 통해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 또는 관심 있는 정보를 귀신같이 추천해 준다. '이거 다음에 사야겠다'하고 클릭해 봤던 것, 내가 최근에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등을 분석해 비슷한 것들을 보여 주는 식이다. 정말 편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언론사도 온라인 플랫폼과 함께 개인 맞춤형 뉴스 제공을 시작했다.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인 네이버가 메인 화면에 '언론사 구독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그 사례다. 정치적 이념이 다른 수많은 언론사들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에게 맞는 언론사를 구독하여 그 언론사의 뉴스만 보이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더 이상 뉴스를 보며 생각이 달라 답답해할 일이 없다며 만족하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언론이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분명한 그림자가 존재한다. 바로 '필터 버블'이다.

 

 

'필터 버블'은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인터넷 이용자가 필터링 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필터버블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한 시민단체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가 낸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 저서에서 그는 세계적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SNS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결국 이들이 일종의 '정보 편식'을 하게 되는 것을 두고 이 용어를 썼다1 여기서 우리는 여러 정보들 중 언론에 초점을 맞춰 얘기해보려 한다. 뉴스의 개인화가 진행되면 다른 정보와 달리 더 많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뉴스의 개인화를 주도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위에서 언급했던 엘리 프레이저는 TED 강연에서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는 것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그가 가진 성향에 따라 더 많이 클릭하는 게시물을 분석하여 보수적 성향의 게시물을 대거 없애버렸다. 그의 타임라인에는 한 가지 성향의 사람들과 게시물만이 남게 된 것이다. 이렇듯 페이스북은 개인의 성향에 맞는 특정 콘텐츠만 제공함으로써 필터 버블을 심화시킨다. 이는 지난 미국 대선의 사례를 통해 더 부각된다.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자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이때 페이스북 등의 SNS도 큰 몫을 했다. 유권자 각각의 페이스북에는 필터링 된,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게시물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자연히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결과적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반대 성향의 지지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북의 시스템이 여론을 잘못 이해하도록 유도한 것과 다름없다.2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특정 단어나 트윗을 타임라인에서 없애버릴 수 있는 기능이 있고, 반대로 사용자 맞춤형 정보를 추천해주는 기능도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 네이버, 왓챠 등 많은 세계적 기업들도 이러한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면서 생긴 필터 버블의 문제점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좀 더 자세한 문제점을 들여다보자면, 필터 버블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강화한다. 개인이 자신의 성향, 특성, 생각과 비슷한 뉴스에만 노출되다 보면 계속 그 방식으로 사고하기 마련이다. 내 생각에 어떠한 오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기회는 박탈당한다. 자연스럽게, 생각이 다른 이들이나 뉴스에 대해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상호 간의 편견과 고정관념은 이념적인 대립의 심화로 이어진다. 개인화/개별화된 뉴스 속에서 내가 선호하는 것만 보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유연한 사고와 거리가 먼 정치적 편 가르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한쪽으로만 사고하는 방식은 결국 민주주의를 저해한다. 수준 높은 민주주의는 생각과 의견이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반대 의견을 수용하기는커녕 접해보지도 못하는 시스템 속에서, 말하자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또, 뉴스 필터링에 특정 의도가 반영되어 가짜 뉴스가 확산될 위험도 크다.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가짜뉴스는 특히 그 진위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쉽게 믿을 수 있다. 이렇듯 필터 버블은 많은 문제점을 가진다. 3

 

미디어도 이제는 언론과 다름없다. 뉴스를 보기 위해 SNS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미디어가 언론의 역할까지 하며 그 중요성이 커진 만큼, 필터버블의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 맞춤형 시스템이 자리 잡은 온라인 시장에서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쉽게 개별화 전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 상황에서 필터 버블 현상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뉴스의 균형 잡힌 소비를 돕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Read Across the Aisle'이라는 앱은 뉴스 소비에서 독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알려준다. 이 앱은 독자가 너무 한쪽 성향의 뉴스만 보면 반대 성향의 뉴스도 추천해준다고 한다. 또 언론사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블루 피드, 레드 피드'라는 코너를 마련해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의 기사를 함께 보도한다.4 마치 '버블'처럼 투명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필터링 과정에서의 기준과 작동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터 버블의 존재를 아는 것이다. SNS 속에서 나에게 추천해주는 뉴스들이 누군가에 의해 필터링 된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열린 사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내게 제공되는 정보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항상 확인하는 자세 역시 갖춰야 한다. 무조건 내 생각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뉴스를 편식하는 시대에 많은 이들의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81012&cid=59088&categoryId=59096
2.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81012&cid=59088&categoryId=59096
3.참고: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707136.html
4.참고: https://www.yna.co.kr/view/AKR201703281601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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