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의 인문 칼럼] 시간 사냥하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이제 패딩을 입을 지 말지를 눈치싸움을 벌여야 할 때가 왔다. 너무 더워서 손 선풍기를 들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럴 때 나는 새삼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시간은 언제나 가고 있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내가 깨어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나 항상 흐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무섭고, 소름 돋는 일이다. 내가 자는 동안, 먹는 동안, 일하는 동안 내 주머니에서 돈이 세어나가고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잘 자각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단지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뿐,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고, 잘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많은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돈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내가 수중에 현금으로 돈을 가지고 있을 때는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쓰는지 다 알지는 못해도 대충 감이 오고, 어느 정도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돈을 카드에 넣어놓고 쓰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얼마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나중에 카드의 잔액을 보고 놀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인지해야 이 시간을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무엇일까? 공기? 물? 공기가 희박한 곳도 있고 풍부한 곳도 있으니 아닐 것이고, 물 또한 부족한 국가와 풍부한 국가가 있으니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진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시간일 것이다. 우리에게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하루를 바쁘게 보내며 간간이 끼니를 때우고 있을 때 누군가는 여유롭게 만찬을 즐기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에게 시간이 덜 주어진 것처럼 느낀다. 아마도 그것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돈을 관리하고 제테크를 할 때 필요한 것은 자본이다. 이 자본은 태어날 때부터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평생을 일해도 없는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출발점이 다른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결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에게 똑같이 흐른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우리의 인생의 출발점에서 종착점까지의 삶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흐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매 순간순간을 말한다. 그러므로 수명이 길고 짧은 것과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모두가 동등하게 출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직 하나의 문제는 이 시간을 어떻게 다루냐는 것이다.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막막할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오직 한 가지만 지키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고, 현명한 판단을 하며 이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일상에 너무 열중해 있다 보면,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경우가 있다. 그리고 문득 어느새 시간이 엄청나게 흘러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며 학교에 가지 않고 여유롭게 지내다가 어느새 등교를 하고, 시험을 몇 번 치고 나니 이제는 한 학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 내가 제시하는 방법은 항상 시계를 곁에 두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금방 잊기 쉬우니 항상 시계를 보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라도 세상은 가만히 있지 않으니,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쉽다. 이렇게 일단 시간을 내 손안에 넣기만 하면, 이 시간을 활용해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지금 귀를 기울인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사람들의 말소리, 거리의 자동차 소리, 컴퓨터 타자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음악 소리, 텔레비전 소리, 알람 소리, 요리하는 소리, 바닷소리, 공사 현장 소리, 폭포 소리, 동물들의 울음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에어컨 소리, 심장 박동 소리. 시간이 흐르는 소리. 이제 생각한다. 지금,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시간을 사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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