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다은의 철학 칼럼] 묵자가 제시하는 현대 사회의 지향점

 

요즘 세계는 모든 것이 한 나라 단위가 아닌 적어도 여러 개의 나라와의 상호 작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문제 또한 난민 문제 등 각 나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한 현안들이 많다. 이러한 세계화 시대에 내 사람, 우리 나라, 우리와 동맹인 나라 등으로 선을 긋고 구별하여 그 테두리 안에서만 이익을 챙기려는 행위는 시대에 뒤떨어 지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묵자의 ‘겸애’, 즉 차별 없는 사랑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시민들에게 필요한 의식이라고 생각하여 선정하게 되었다. 또한, 많은 끔찍한 전쟁들을 겪고 난 인간에게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뜻에서 묵자의 침략 전쟁 반대라는 사상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묵자의 정치 사상은 천하에 이익되는 것을 북돋우고, 천하의 해가 되는 것을 없애는 것이다. 그 실현 방법으로써는 상현(유능하다면 농민이나 수공업자도 관리로 채용함), 절용(백성의 이익에 배치되는 재화나 노동력의 소비를 금지함), 비공(타인을 사랑하고 자신과 타인의 이익을 서로 높임), 지배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약탈이나 백성 살상의 전쟁에 반대했고, 겸애를 제시했다. 겸애란 자신, 자신의 집,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듯이 타인, 다른 집, 다른 나라도 사랑하라는 것이다. 유가의 인은 존비친소의 구별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데 반해 겸애는 무차별의 사랑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것은 나나 내 나라만 고려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 전 세계의 협력이 필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또한 큰 이슈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또한 상대적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와 자신을 나누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인간을 국경을 넘어선 동일한 세계의 동일한 가치와 동일한 권리를 지닌 시민으로 간주하는 스토아 학파의 세계시민주의의 입장에도 역시 공감한다. 또한 묵자가 제시한 겸애라는 개념이 이것에 적용될 수 있다고 느낀다.

 

묵자는 전국 시대의 사상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인 겸애 사상이나 어떤 식으로든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평화주의, 그리고 절약과 검소를 주장한 것 등은 현대 사회에도 충분히 재고할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신분이나 사회적 위계질서가 뚜렷했던 시대에 겸애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 자체가 배울 만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평화주의 사상도 인류 전체의 복지와 이익의 측면에서 고려하여 전쟁을 반대하는 등 일종의 공리주의적 면모도 보인다. 단순히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실용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게 흥미롭다.

 

겸애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차별이 없는 사랑이라고 하여 신분 위계적 구조까지 부정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고서를 작성하며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묵자는 전통적 가족 제도나 정치 질서에는 긍정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더 공감하는 개념은 겸애가 아니라 인간의 인격 ·휴머니티를 존중하고, 각자 평등이라는 사상에 입각하여 인종 ·종교 ·습관 ·국적 등을 초월한 인간애를 의미하는 박애가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다음에는 박애라는 개념에 대해 조사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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