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민의 언론 칼럼 6] 언론의 자살 보도, '베르테르 효과' 고려하자

또다른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이 가져야 할 책임감

며칠 전, 한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있었다. 우리 곁에서 떠나가는 유명 연예인들을 안타깝게도 참 많이 보았다. 연예인뿐이겠는가. 생활고에, 우울증에, 또 주변인 때문에. 그들만의 이유로 자살을 택하는 일반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때 우리가 이러한 자살 상황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이들의 자살 소식을 알고 있다.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다. 특히 유명 연예인의 경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접하자마자,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특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1분에도 수십 건에 달하는 기사들을 올린다. 물론 유명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짐으로써 이들 인물을 추모하고 삶과 업적에 대해 기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자살 원인에 대해 분석하여 더 이상 이러한 자살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로 하여금 경각심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이 비추는 조명이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자살 행위, 유서, 유가족 등의 민감한 소재로 옮겨간다면, 더 자극적인 기사를 만들어낸다면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일뿐더러 또 다른 자살을 낳을 수 있다.

 

 

언론의 자살 보도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맞지 않은, 잘못된 형태의 자살 보도는 과연 없을까. 과거로 돌아가 보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최근 개그맨 박지선 씨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알려졌고, 유가족은 '유서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한 대형 언론사가 이러한 유가족의 뜻을 무시하고 유서의 내용을 일부 공개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1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유가족의 심리 상태를 고려한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사례에서 언론사는 그저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들여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하여 유서를 공개한 것과 다름없었다. 언론사들은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의 사례에서도 고인의 인격과 사생활을 보호하지 않았다. 한 직장인이 회사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자, 고인의 나이와 소속 회사, 숨진 장소 등 개인정보까지 공개한 것이다.2 이는 '자살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자세한 경위를 밝혀서는 안 된다'는 자살 보도 권고기준의 기본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

 

이러한 언론의 무책임한 자살 보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 사건을 앞다투어 과도하게 보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이는 언론, 미디어의 파급 효과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용어가 아닐까 싶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나 평소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했을 때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모방 자살을 말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에서 주인공이 불운한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자 실제로 책을 읽었던 많은 이들이 자살을 시도한 사건에서 유래되었다.3 이와 같은 베르테르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요 매체가 바로 언론이다. 언론이 유명인의 자살 보도를 너무 과도하게 쏟아내거나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방식으로 자살을 보도한다면 또다른 자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이른바 '잠재적 자살자'들은 언론의 이러한 자살 보도를 보고 다른 이들보다 자살에 대해 더 가벼이 여기게 되고 쉽게 자살을 결심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은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면서 자살을 보도했다기보다 '특종 경쟁'을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포함하여 썼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살 원인이나 방법, 장소를 상세히 묘사하는 경우 이같은 기사를 보고 동일한 방식으로 자살을 행할 수 있어 언론의 더 큰 신중함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베르테르 효과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베르테르 효과'의 반대말은 '파파게노 효과'이다. 파파게노 효과는 자살 보도를 줄이거나 자살에 관해 신중히 보도 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의미한다.4 자살을 상세히 보도할수록 자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신중하게 보도하여 베르테르 효과를 방지하려는 데 주목적이 있다. 파파게노 효과의 실현을 위하여 국가와 언론계에서도 권고 기준을 여럿 발표해왔는데, 자살 보도 권고 기준 2.0과 이후 발표된 3.0이 대표적이다.5 먼저, 언론이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하자는 것은 공통적인 주장이다. 제목에 '자살'이라는 용어 대신 객관적 용어 '사망', '숨지다' 등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자살 방법, 원인, 장소 등을 상세히 보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한 자살 사건과 관련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더욱 유의하여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자살 동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인의 인격과 사생활 그리고 유가족으로, 이들을 존중하는 자살 보도가 필요하다.

 

언론사들이 자살을 대중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사건'으로 여길지 몰라도, 자살은 지극히 한 개인의 사적 영역이다. 그렇기에 자살은 언론사들이 대중의 이목을 끌고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도구로 치부될 수 없다. 생명이 더 많은 조회수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고인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나아가 유가족에게도 분명 예의가 아니다. 언론은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관이다. 특히 잘못된 자살 보도로 인해 제2의 자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크다. 그렇기에 언론은 베르테르 효과는 줄이고, 파파게노 효과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http://omn.kr/1qbn9
2.참고: https://blog.naver.com/pac3083/222121947367
3.인용: http://blog.naver.com/pac3083/221277234779
4.인용: http://blog.naver.com/pac3083/221277234779
5.인용: https://blog.naver.com/pac3083/221378086617 자살 보도 권고 기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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