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건휘의 영화 칼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해답, '우리들'의 이야기

영화 <우리들> 속 숨겨진 인생의 정답

 

*본 내용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한다. 이러한 상황이 싫더라도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는 것이 바로 사회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직면하게 되는 인간관계는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여서 절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다가온다. 모두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인 인간관계를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영화 <우리들>에서 말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선은 누구보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친한 친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이가 멀어진 보라의 생일파티에 가기 위해 청소 당번도 바꿔주고 직접 팔찌를 만들어 선물을 준비하지만 보라가 알려 준 생일파티 장소는 생뚱맞은 곳이었고 보라와 친구들의 장난에 속아 넘어간 것뿐이었다. 풀이 죽은 선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우연히 전학생 친구 지아를 만나게 된다. 새로 이사 온 동네가 낯선 지아를 위해 선은 동네를 소개해주고 둘은 급속도로 친구가 된다. 방학 동안 매일같이 함께 놀고 선이의 집에서 자기도 하며 즐겁게 지내지만, 어느 날 지아와 같은 학원에 다니는 보라의 개입으로 둘의 사이는 멀어져 가고 급격히 악화하기까지 한다.  이 영화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지만 작은 흔들림으로 조금씩 변동이 일어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담고 있다. 

 

<우리들>은 어린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러나, 이 영화의 권장 연령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또래 아이들이 아닌 20, 30대 혹은 그 이상의 성인들에게로 돌아간다. 영화의 내용은 별거 아닌 친구들끼리의 사소한 다툼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아주 작은 바람에도 마음의 변화가 크게 솟구치는 아이들의 심리 묘사는 지친 사회 속 우리 모두의 모습을 표현했다. 또한 <우리들>은 이러한 이야기의 해답을 아주 사소하고 순수한 곳에서 풀어낸다. 

 

"(친구가) 다시 때렸다며. 또 때렸어야지!"

"그럼 언제 놀아?"

"응?"

"연호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호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선의 동생 윤이가 친구와 몸싸움을 벌이고 다시 함께 놀았다고 말하자, 후에 이어진 선과 윤의 대화이다. 친구와의 다툼을 이어가지 않고 다시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놀 수 있는 것은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위선과 권력이 공존하는 사회 안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찾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에서는 이런 동심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따듯함을 일깨우게 해주고 인간관계에 병든 마음을 정화해주는 것처럼 만든다.  영화의 내용은 세상을 알고 있는 어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다가올 수 있지만, 한없이 작고 여린 아이들에게는 인생 최대 위기만큼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는 사건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반성하고 깨우쳐야 할 관계의 정의를 이 작은 독립 영화 안에서 펼쳐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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