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윤의 사회 칼럼] 재산 비례 벌금제에 대해 아시나요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우리 사회에서 시행 중인 총액벌금제(사건에 따라 벌금형의 전체 액수만을 정하는 것)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벌금을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리 부과해야 적절한 징벌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재산 비례 벌금제의 시행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재산 비례 벌금제는 범행의 경중에 따라 일수를 정하고 피고인의 재산 정도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최종 벌금액수를 정하는 식의 벌금 부과 방식이다.

 

 

재산 비례 벌금제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범법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벌금이 개인의 경제력과는 무관하게 같은 부담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범법 행위에 대해 징역 혹은 벌금의 처벌이 있는 것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 규범인 법을 어기지 않게 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벌금이 주는 부담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면 그것이 사회가 주는 처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가지는 경제력은 천차만별이고, 이에 따라 같은 금액에 대한 부담의 크기가 다른 것 또한 당연하다. 같은 행위에 대하여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와 소위 말하는 금수저 혹은 재벌 B에게 각 200만 원의 벌금을 물었을 때, A와 B가 받게 되는 부담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A에게 200만 원은 한 달 생활비와 맞먹거나 혹은 더 높은 금액이고, 따라서 이 200만 원은 A에게 부담이 되므로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을 지켜야겠다는 의식이 심어질 수 있다. 그런데 B는 200만 원을 지불하더라도 삶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고, 이로 인해 범죄를 저질러도 벌금 조금만 내면 괜찮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 재산 비례 벌금제와 달리 현재 시행 중인 총액벌금제는 범죄 예방을 위한 국가적 처벌로서의 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산 비례 벌금제 시행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시행 중인 총액벌금제가 오로지 형식적 평등만을 추구한다는 것을 문제로 삼아 재산 비례 벌금제를 시행함으로써 실질적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가지는 경제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모두에게 같은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식적으로만 평등함을 주장하는 것이지 개인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평등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재산 비례 벌금제를 시행함으로써 사회 내 부의 재분배가 가능하여 보다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개인의 소득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하여 세금을 걷는 것처럼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벌금을 다르게 걷고 그 벌금을 통해 복지를 실현하는 등의 노력을 하여 국민 복지를 확대하고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산 비례 벌금제를 반대하는 측은 범법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벌금 제도에서 개인의 경제력이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는 없고, 벌금제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도모하는 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재 재산 비례 벌금제는 독일과 핀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타 국가들이 시행했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문화 사대주의적 태도이고 이로써 국가 내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협의를 진행하고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여 한국의 문화에 맞게 다듬는 등의 노력을 충분히 해야 재산 비례 벌금제의 효과적인 시행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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