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영의 영화 칼럼 X] 내 인생 왜 이래 "지랄발광 17세"

바야흘로 시간은 흘러 열일곱. 아직 이렇게 어린 내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좌충우돌 네이딘의 성장기, 영화 '지랄발광 17세'

 

내 나이 열일곱, 인생이 재미가 없다! 고등학생 네이딘은 불만이 많다. 인생 비관론자 네이딘, 그에 비해 항상 즐거워 보이는 엄마와 오빠. 심지어 엄마는 오빠 데리언만 사랑하는 데다가, 유일한 절친이 데리언과 사귀게 됐다. 심지어 짝사랑하는 오빠는 알고 보니 변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던 아빠의 부재까지. 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어른이 되기엔 어리지만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열일곱 살 네이딘이 전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힘든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하게 돼, 그럼 특별한 사람이 된 거 같으니까."

 

- '지랄발광 17세' 속 네이딘의 대사

 

불만이 많으니 생활 태도도 엇나갈 수밖에 없다. 차곡차곡 쌓여있던 불만과 감정이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하자, 네이딘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네이딘의 시선에서 보면 모두가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만 펼쳐지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매일 오빠만 찾으며 네이딘에게 화를 내는 엄마는, 실은 남편을 잃었다는 공허함에 떨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정서적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두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네이딘을 항상 무시하는 데리언은 이제 자신이 집안의 가장이라는 사실에 큰 압박감을 느끼며 네이딘과 엄마를 돌보기 위해 더 높은 대학을 포기하고 집 근처의 대학에 입학해야 했다. 네이딘의 절친 크리스타 또한 데리언과 깊은 감정을 나누고 있었으나 네이딘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만 낸다는 점에 상처를 입었다. 네이딘이 매일같이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선생님은 네이딘에게 언제나 냉소적으로 대응하지만 방황하며 자신을 찾아온 네이딘을 집으로 들여와 보호해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였다.

 

 

네이딘은 우리와 같은 고민을 공유한다. 공부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고, 그런 와중에 가족 관계와 친구 관계까지 신경써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10대의 끝에 서 있다는 점에서 자신 스스로가 받는 압박감도 대단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더 집중해야 할 점은, 실은 우리가 갖고 있던 고민이 모두 과장됐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네이딘은 자신의 인생이 문제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인생은 모두에게 다 힘들다. 데리언의 인생은 모두 술술 풀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도 결국은 가족 관계 - 학업 문제 등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낸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는 네이딘에게 엄마 모나는 이렇게 말한다. "난 기분이 안 좋을 때 이렇게 해. '이 세상 사람들 다 나처럼 비참하고 공허해. 안 그런 척할 뿐이지' 너도 해봐라. 도움이 될지 모르지."  모나의 말은 네이딘을 위로했지만, 영화를 본 우리 모두를 위로한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이 가장 힘들고 짜증 난다고 생각하며 울적함에 빠지지만, 그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 이 모든 지구인은 나름의 문제로 인해 내적, 외적 갈등에 빠진다. 영화는 우리에게 그 점을 전달한다. 세상이 내게 더 불친절한 게 아니라는 것 말이다.

 

코미디 영화지만 마냥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내용으로 우리 모두의 고민을 잘 녹여낸 영화 '지랄발광 17세'. 다가오는 연말, 올해도 내 인생이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네이딘과 함께 그 생각을 날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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