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의 인문 칼럼] 공리주의 원칙이 최선일까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공리주의란,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는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리주의 원칙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들은 사회에 생각보다 많다. 나라에서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만 해도 그렇다. 모든 시에 동등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가, 아니면 특정한 시에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인가. 모든 크고 작은 사회에서 이러한 공리주의가 시행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공리주의가 최선일까?

 

 

1884년 여름, 네 명의 영국 선원이 작은 구명보트를 타고 남대서양을 표류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식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고아 소년인 파커가 바닷물을 마시고는 병이 들었다. 그러자 더들리는 다른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고 하며 파커를 죽여서 파커의 살과 피로 목숨을 부지했다. 다른 선원들은, 브룩스는 반대를 하였지만 결국 파커를 먹었고, 스티븐슨은 동의하여 파커를 먹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구조대에 의해서 구조가 되었다. 1 이때 이들은 처벌을 받아야 할까? 만약 받아야 한다면 형량은 얼마 정도가 적당할까?

 

공리주의적인 원칙으로 보았을 때 이들의 상황은 정당해 보인다. 왜냐하면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소수인 파커가 희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먼저, 파커가 자신의 희생을 원하였는지 알 수 없다. 파커가 선원들에게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하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거나, 파커가 자살한 것이라면 몰라도, 더들리가 파커를 죽인 것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이성을 저버리고 그저 본능에만 충실하여 저지른 범죄로밖에 볼 수 없다. 자신은 살아야겠으니 마침 병들어 있는 소년을 죽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공리주의라고 볼 수 없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소수가 희생해도 된다는 것이 그 원칙인데 이 경우에서는 이미 희생할 약자는 정해져 있고, 양심이 없는 더들리는 파커를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입장을 다수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한 것이다. 만약 그가 공리주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희생해도 되었어야 했다. 그렇지만 더들리는 당연히 희생할 사람을 파커라고 정해놓고 그 상황을 공리주의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더들리가 희생하여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위해서 희생하여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윤리적으로 맞지 않다. 사람의 생명이 사고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일 소중한 것인데 그러한 생명을 다른 생명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생명의 무게는 절대 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공리주의 원칙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파커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기를 원하였다면 이것에 대해서 우리가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문제는 파커가 희생을 원하였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정책을 정할 때나 학급의 이익을 정하는 부분에서는 이러한 공리주의 원칙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체육대회 때 반티로 어떤 것을 고를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의견과 취향이 모두 다를 것이니 모든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서 결정한다. 소수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다. 모두가 만장일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조직이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쓸 수 있는 것이 공리주의 원칙이다. 나라를 보면, 대표적인 것이 기피 시설 설치 문제이다. 비행장 및 사격장과 같은 군시설, 쓰레기 매립장 등 폐기물 처리시설, 화장장, 한전 등 자원발전소, 교도소 등을 기피 시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설들은 나라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이 시설을 세우면 그 주변의 누군가는 피해를 본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소수가 희생해야 하는 공리주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하는 공리주의.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 이 공리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공리주의 원칙은 오직 그 값을 매길 수 있는 것에 한해서만 적용되어야 하며 생명과 같이 함부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에는 적용하면 안 될 것이다.

 

참고 및 인용 자료

1. 참고 : 정의란 무엇인가 59-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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