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윤의 독서 칼럼] 정의(正義)의 진정한 정의(定義)

마이크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

신문을 보다가, 아니면 뉴스 기사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정의, 공정, 평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하고 말이다. 그때마다 나는 아무리 어느 정치인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려 해도 절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정의와 평등, 공정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 책은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철학가가 된 듯이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기를 원한다. 차별을 거부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 평등의 기준이 과연 옳은 것일까? 마이클 샌델은 책의 서문부터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을 읽기 전 아마 많은 사람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시작부터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가 진정한 정의라고 생각해?’라고 묻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정의롭다’라고 할 때 악을 보고 참지 않는 것, 아니면 당당하게 선을 추구하고 행동하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이렇게 질문한다. “그럼, ‘악’이 뭔데?”. 선과 악, 공정함과 불공정함, 평등과 불평등의 기준을 우리는 정확히 정해놓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따라서 판단하고 불공평함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럼 올바른 선과 악의 기준이 무엇일까. 정답은 없지만, 이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이다.

 

나는 여러가지 견해 중에서 존 롤스의 ‘정의관’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당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는 평등한 사회란 자연적인 배분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배분하는 사회라고 주장했다. 그의 정의관에서 비롯한 주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의 선천적인 재능으로 얻은 부와 명예에 대해서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농구선수인 마이클 조던이 예시로 자주 등장했는데, 조던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농구를 잘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가 얻은 부는 그의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이에 대해 그가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보다 부유하지 않은 농구선수는 조던보다 연습을 안 했기 때문일까? 누구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마이클 조던은 농구에 타고난 재능이 성공의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가지고 있는 부는 정당한 것인가? 그게 정당하려면, 자신의 부가 선천적인 재능과 사회적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 공헌을 위해 써야 한다. 나는 이 정의관이 마음에 들었다. 현실적으로 부유층이 세금을 더 낸다거나 그들의 재산을 다 빈민층에게 나눠준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하지만 롤스의 정의관이라면 평등에 가까운 현실로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주장이 진정한 정의를 이룰 수 있다고 느껴졌다.

 

주로 윤리 관련 과목을 학습할 때 철학가를 배웠다. 이 책에 나온 벤담, 칸트, 롤스, 아리스토텔레스, 심지어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크 샌델까지 다 알고 있는 철학가였다. 그들이 내세운 주장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다 배웠지만, 책을 읽으면서 더 와닿을 수 있었다. 이제까지는 단순히 이론으로 알고 있었다면 지금은 그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얼마만큼 실생활에 적용했는지 잘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십 대가 읽기에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읽는다면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학가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서 잘 정리될 것이다. 진정한 정의의 정의란 무엇인가, 책을 읽으며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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