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정치 칼럼] 다시, 1987

자유민주주의를 되찾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민주주의'를 언급했다. 그런데 이 단어에 무언가 불만이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자유>라는 단어 하나를 뺀 것이 이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불만이었다. 당시 보수 논객들은 일제히 이를 비판하는 사설들을 발표했을 정도였다. 이들이 지적한 것은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진영이 보여주는,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알레르기적 반응이다. 이 알레르기는 임기가 다 끝나가는 이 시점까지도 치료되지 않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자유민주주의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전제로 하여야만 가능하고, 양자(兩者)는 본디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민주주의를 이르는 말"1이라고 한다. 즉,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국민이 주권을 가진 국가가 실현될 수 있다는 이념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이런 의미보다 정치적인 수사로 더 많이 사용되었다.

 

실제로 민주당계, 그리고 진보 진영 정치인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꺼려왔다. 오히려 보수 진영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더 애용했다. 그러나 민주당계, 그리고 진보 진영 정치인들이 공유하는 집단적인 기억은 '5.18 민주화 운동'이다. 5월 광주의 충격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 그들이 되찾고자 했던 것은 자유민주주의였다. 하지만 상황은 아이러니하게 흘러갔다. 오히려,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당 한 개를 통째로 해산한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확대한다고만 해도 자유민주주의를 꺼내든다. 거대 여당이 무슨 일만 하려고 하면 좌파 독재, 좌파 파시즘을 운운한다.

 

Democracy

 

사실상 자유민주주의는 보수가 가장 사랑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런데 이게 정상적일까? 자유민주주의의 이상은 모든 국민들이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더욱 힘들게 되었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재벌과 관련된 경제 범죄가 발생한다면, 그들을 위해 사면과 감형을 가장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인들이다. 최고 경영자 한명이 잡혀 들어간다고 해서 회사 전체가 망할 정도라면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기업 하나에 나라 경제의 운명이 달린 것처럼 시끄러워진다면 그 나라의 경제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자유'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될 수 없다. 시민과 노동자들은 대통령과 만날 수 없지만 재벌 총수들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들을 초대한다면 건전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일이 매번 벌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코로나 장발장'들이 탄생하고 있을 정도인데도 말이다.2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언제나 시장 경제, 혹은 친기업 정책과 동의어는 아니다. 삼성 노동자도 이재용과 동일한 정치적 위상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 이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진보 정당 시의원이 민중가요 하나 불렀다고 감옥에 가야 하는 세상, 김일성 회고록이 이적 출판물이냐 아니냐로 싸워야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5.18 민주화 운동을 제대로 기억하려면 단순히 피해자를 보상하고 진상 규명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된다. 당당히 자유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1987>에서 주인공은 광주 민주화 운동의 비디오 테이프를 보다가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뛰쳐 나온다. 걱정해서 찾아 나온 선배에게 그녀는 울먹이면서 그렇게 한다고 뭐가 바뀌냐고 외친다.

 

이제 다시 1987년의 열기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열기를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각주: 

1 참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2021.05.18 검색,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

참고: 배고파 달걀·통조림 슬쩍… ‘코로나 장발장' 급증, 원우식,강우량, 조선일보, 2021.04.21, https://www.chosun.com/national/2021/04/21/BZTM3X22PJEE5IACS6MVIQRA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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