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독서 칼럼] 나쁜 과학자들

뉘른베르크 강령도 무시하신다고요

‘나쁜 과학자들’, 그리고 ‘생명 윤리가 사라진 인체 실험의 역사’라는 문구를 보며 생활과 윤리 시간에 배웠던 ‘뉘른베르크 강령’이 많이 생각났다. 생체 실험에 관한 강령이었는데 ‘세균부대’, ‘나치 수용소’도 같이 배웠었다. 이 책은 어떤 내용으로 나를 맞이해 줄지 설레기도 했지만 ‘또 얼마나 잔인한 내용이 들어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약간 걱정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역시나 유대인 수용소로 시작했다. 그런데 1부의 이름은 ‘인간 기니피그’였다. 제목만으로도 실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을 저렇게 표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왜 하필 ‘기니피그’인지는 감이 잘 안 잡혔다. ‘인간 기니피그’라는 말은 나치 수용소에서 생존한 어떤 유대인이 그곳을 증언하며 ‘인간 기니피그’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731부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일본이 만주에 설치한 세균부대로 세균으로 전쟁하는 ‘세균전’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소이다. 사람들에게는 비밀리에 진행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부대를 가장하여 ‘731부대’라는 이름으로 비밀리에 실시되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생체 실험을 많이 당했는데, 나치 수용소에서 했던 실험과 같은 ‘감압(공기를 점점 빼내어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는 과정)’ 실험, 바닷물 주입, 살아있는 사람의 살갗 벗겨내기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실험을 31가지나 했다. 이후 일본에 원자폭탄이 터지고 일본이 패배하자 731부대는 급하게 철수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자료만 모두 가지고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 실험 대상을 모두 죽이고 세균부대 또한 불태워 버렸다.

 

 

그러나 나는 다른 부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뉘른베르크 강령을 어긴 이 일본인들이 석방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과 일본이 협상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세균부대에서 실험한 내용을 가져가는 대신, 그 사람들을 석방시켜주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석방되어 일본의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되었고, 훨씬 더 잘 살고 부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친일파들과 어찌 보면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냥 사람을 납치해다가, 고아라는 이유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생체 실험을 가했다는 것이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돈을 넉넉히 주었더라도, 제대로 실험 내용을 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것 또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 이 말만큼 모순적인 말이 없다.

 

사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이 약들은 모두 동물 실험, 인체 실험이 있어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익을 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약을 끊는 게 아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인체실험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과거 일에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