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의 생활법률 칼럼] 가습기 살균제, 끝나지 않을 싸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가습기 살균제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이슈였다.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재판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보고됨에 따라, 이에 대한 재판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CMIT, MIT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근거의 핵심은 "동물실험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 주변에 동물실험의 결과로 안정성이 입증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가습기 살균제라고 동물실험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당신은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능한가? 지금부터 가습기 살균제에 관한 내용을 재판 내용과 함께 파헤쳐보자.

 

 

재판부는 “CMIT, MIT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SK케미칼, 애경 前 대표 등에게 1심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형법 268조(업무상과실, 중과실 치사상)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위해를 가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척도로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가?”였다.

 

가습기의 성분에는 PHMG, PGH와 CMIT, MIT 등이 있는데,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PHMG, PGH와 CMIT, MIT의 유해성 유무에는 차이가 있음을 이용해 CMIT, MIT의 경우 신체 내에서 자연스럽게 대사가 되기 때문에 유해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논지를 펼쳤고, 이를 재판부에서 받아들였다.1 하지만 나는 PHMG, PGH와 CMIT, MIT의 성분이 달라 문제를 일으키는 방식이 다를 뿐, 둘 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동물실험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미 많은 분야에서 동물실험이 사용되고 있고, 동물과 사람의 실험 결과가 다른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대부분도 동물실험 결과 안전성이 입증돼 사람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아플 때 먹는 약조차 동물실험 결과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 이미 많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의 결과와 사람에게 적용된 결과가 다른 경우도 있지만, 그 사례가 매우 드물어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둘째, 동물실험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앞으로 있을 수많은 재판에 쓰일 증거들을 모두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물실험 결과는 여러 재판에서 상당히 중요한 '과학적 증거'이다. 특히, 의학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때로 동물실험으로 타당성을 입증해야 할 상황에 놓일 때가 있지만, “사람과 동물은 같지 않다.” 식의 논리는 앞으로 재판에 쓰일 증거들의 폭을 줄이기에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동물실험을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동물실험의 결과가 사람들 간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과학적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만약 동물실험을 통한 과학적 결과가 재판에서 사용되지 못한다면,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우리가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줄어들 것이고, 그것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무분별한 동물실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실험의 결과가 필요하다면, 신중하게 정말 필요한 경우에 사용돼야 한다. 위 재판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 의견은 동물실험 결과에 대해 격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하나의 '과학적 자료'로 인정됐으면 하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께 힘내시라는 말씀을 전하며 칼럼을 마친다. 

 

각주

1. 인용: https://m.lawtimes.co.kr/Content/Case-Curation?serial=167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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