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선의 사회복지 칼럼] 농인의 알 권리를 위하여

 

 

4년마다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코로나 19로 인해 미뤄지다가 드디어 올해 열리게 되었다. 2016 리우 하계올림픽으로부터는 5년 만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부터는 3년 만에 어렵사리 열리게 된 것이다. 기다려온 축제인 만큼 더욱 관심을 가지고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의 개회식 중계 장면을 시청하였다. 그런데, 중계 장면을 보던 중 수어 통역화면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자막도 제공되지 않는 방송일 텐데 수어 통역화면이 사라지면 청각장애인이 정보를 얻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에 큰 장벽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현재의 문제점과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더 알아보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어”라는 단어가 아닌 “수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2016년 2월 3일에 한국수어도 한국어, 다른 외국어와 마찬가지인 하나의 독립된 언어로서 인정받으면서 수화 대신 수어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1) 캐나다에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과 영어를 쓰는 사람이 모두 살고 두 언어 모두 공용어로 인정되고 존중되듯이 우리나라에도 한국어를 쓰는 사람과 한국수어를 쓰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수어는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만국 공통어가 아니다. 또한 한국수어는 한국어 문장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문법 체계를 갖고 표현하는 말 그대로 하나의 다른 언어이다.

 

농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뉴스, 코로나 19 브리핑, 각종 중요한 행사 등에서 수어 통역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어는 팔 전체와 얼굴 표정 등을 다채롭게 사용하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더욱이, 한국어를 한국수어로 바로바로 통역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을 거친 전문 인력인 수어 통역사가 필요한데, 너무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수어 통역을 하게 되면 통역사의 큰 체력 소모는 물론, 통역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에서는 4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3사 방송사 모두, 방송사마다 단 한 명의 통역사만이 모든 통역을 책임져야 했다. 예상컨대, 이런 이유에서 일부 방송에 수어 통역화면이 사라졌었던 것 같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 뿐 아니라 수많은 곳에 제대로 된 수어 통역이 필요하다. 수어 통역 인력을 전문 인력으로 존중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함으로써, 수어 통역 인력을 늘려야 할 것이다. 수어 통역 인력이 늘어나면 통역의 질을 높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체 화면 크기에서 수어 통역 화면 크기의 비율을 늘려야 농인이 수어통역을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다. 미국에서 대권 주자 토론회를 방송할 때 대권 주자 한 명당 수어 통역사를 한 명씩 배치하여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주었는데 이런 방식도 농인의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부족한 부분을 하루빨리 개선하여 청인과 농인 모두가 불편하지 않게 방송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올림픽 표어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Citius, Altius, Fortius)”는 경쟁을 강조한 느낌이 든다. 반면, 1988 서울 하계올림픽의 모토였던 “화합과 전진(Harmony and Progress)”,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이었던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은 경쟁에서 이기자는 메시지보다는 모두가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도록 “손에 손잡고” 같이 나아간다면 모두에게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그 슬로건인 “감동으로 하나 된다(United by Emotion)”처럼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모든 영상매체를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각주

1) 참고: https://news.korean.go.kr/index.jsp?control=page&part=view&idx=12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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