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채의 독서 칼럼] 위대한 유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

우리는 모두 ‘위대한 유산’의 상속자다

 

방학을 맞이해 옛 고전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의 제목은 바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분명 초등학생 때인가 청소년용 축약본으로 읽었던 것 같았다. 당시의 나에게는 조금 어렵다 느껴졌었지만, 읽고 나서는 꽤 만족스러운 독서를 했던 기억이다. 내용이 가물가물해 다시 읽어보고 싶었고, 이번에는 꼭 축약본이 아닌 원문에 가까운 것으로 읽어보리라 다짐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생각보다 긴 분량에 당황한 것도 잠시, 곧 이야기에 빠져들어 800쪽 정도를 금세 읽어버렸다.

 

소설은 주인공 핍이 직접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어진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잃어 고아인 핍은 누나와 매형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이다. 누나는 핍에게 매일 폭언을 일삼고, 폭력을 휘두르고 갖은 학대를 행하지만, 매형만은 그런 핍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감싸주며 서로를 ‘진정한 친구’ 라 한다. 어느 날 핍은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를 만나고, 협박을 받아 죄수가 요구한 줄칼과 음식을 집에서 훔쳐 갖다주게 된다. 그러다 핍은 읍내에 사는 부자 하비셤 아씨의 새티스 저택에서 놀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저택에 드나들며 ‘에스텔라’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다. 동시에 자신이 천하다는 것을 인식한 핍은 자신도 에스텔라에 걸맞는 신분을 갖고싶어하며 신분 상승의 꿈을 꾼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매형의 밑에서 도제 계약을 맺고 일하던 핍에게 갑자기 런던에서 변호사가 찾아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래서 핍은 신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향한다. 핍은 하비셤 아씨가 유산을 물려주었다고 생각하며 감사해하지만, 나중에는 착각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런던에 도착한 핍은 허버트와 어울리며 다른 부유한 청년들과 교류하고, 빚을 지기도 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다. 하비셤 아씨와 에스텔라를 만나러 고향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매형을 부끄럽게 생각해 집에 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핍에게 엄청난 유산을 물려준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의 정체는 앞장에서 핍이 도왔던 죄수 매그위치였다. 매그위치는 콤피슨이라는 사기꾼의 꾀에 넘어가 죄를 뒤집어쓰게 되고, 종신유형을 받고 일하다 핍을 만나기 위해 탈출해 런던으로 오게 된 것이다.

 

“당시에 나는 맹세했어, 내가 돈을 번다면 너에게 모두 보내겠다고. 내가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다면 너를 부자로 만들겠다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비참하게 쫒기던 사람들 네가 살려주었단 사실을, 그래서 커다랗게 성공해 너를 신사로 만들었단 사실을, 그 신사가 바로 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야, 핍!”(2권 143p)

 

핍은 이 사실을 알고 엄청난 충격에 빠지는데, 급기야 유산을 물려받는 일이 없었더라면… 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아, 차라리 재거스 변호사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나를 대장간에서 그래도 일하도록 놔뒀더라면 만족스럽진 않아도 훨씬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2권 145p)

 

핍과 허버트는 매그위치를 탈출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탈출 시도에 실패해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결국 매그위치는 사형당하기 전 병으로 사망하고, “아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말로 아저씨를 보낸다. 매그위치가 사망하며 빈털터리가 된 핍은 열병에 걸려 몸져눕고, 그런 핍을 매형이 찾아와 극진히 간호하며 빚까지 갚아 준다. 핍은 매형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동하며 그간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향을 찾아간 뒤, 허버트와 동업자가 되어 영국을 떠난다. 십여 년 후, 다시 고향을 찾은 핍은 그곳에서 에스텔라와 재회하며 “우리는 여전히 친구야.”라고 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위대한 유산’ 은 1860년에 발표된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다. 자그마치 161년이나 지났지만, 그 속에 담긴 교훈과 시대상은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넘어 큰 깨달음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책을 읽으며 ‘위대한 유산’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단순히 주인공 핍이 많은 유산을 물려받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위대한 유산에 대해서 고민해보라는 뜻인 것 같았다. 나는 진정한 위대한 유산은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매그위치가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준 꼬마 핍을 위해 죄수의 신분임에도 열심히 일해 전 재산을 핍에게 주고, 핍이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치 않았다. 신사가 된 핍의 모습을 보고 싶어 몇 달 동안이나 배를 타고 몰래 탈출하기도 하는 등 결국 핍은 매그위치가 죽기 전 그와 함께한 마지막 시간을 통해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진정한 사랑과 그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핍이 열병으로 몸져눕고,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매형이 핍에게 보여준 헌신과 사랑도 그것이다. 평생을 대장장이로 일하며 성실히 살아가며 조카를 ‘영원한 친구’로 대해 주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용서한다. 작가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알려 주고자 하는 것은 매그위치와 매형 조의 핍을 향한 헌신과 사랑, 그리고 성실성이지 않을까? 제목은 단지 많은 재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의 사회상이나 정서는 우리와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본질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으로 맺어진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렇게 찰스 디킨스가 남긴 희대의 명작과 함께 긴 여름밤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딱딱한 고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었다. 세월을 넘어선 교훈과 가치를 담은 소설, 160여 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진정한 신사로 거듭나기 위한 핍의 성장담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대한 유산’ 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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